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46628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17-08-2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당신과 내가 살다 간 방
북항(北港)
모과꽃 지는 봄
수목장(樹木葬)
하늘 모퉁이 연못
저녁이 젖은 눈망울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벽화(壁畵) 1
포복(匍匐)
연금술사 1
엄마의 꽃
뭉게구름
여름
바라나시에서의 시
연금술사 2
연금술사 3
설국(雪國)
2부 세상에 봄은 얼마나 왔다 갔을까
모란(牡丹)
달소
생의 정면(正面)
청동거울
당신과 살던 집
적멸보궁(寂滅寶宮)
벽화 2
산소 가는 길
라일락 질 무렵
땅거미가 질 무렵
아득한 한 뼘
2월의 방
기억의 갈피로 햇빛이 지나갈 때
장마 1
하얀 코끼리
3부 어찌 안 아플 수가 있니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프라하의 달
장마 2
보문동
화무십일홍
연꽃 피는 밤
처서(處暑) 모기
허공 속 풍경
시간의 갈피
나무와 사랑했어
동피랑의 달
서피랑의 달
휘어진 길 저쪽
비 오는 가을 저녁의 시
나팔꽃
노을
4부 이 세상에 나는 착불로 왔다
당신이 다시 오시는 밤
호랑나비
이모의 잔치
가을비는 흐르지 않고 쌓인다
뿔
집시의 시간
홍시등(燈)
초저녁 별
눈
이유도 없이 못 견디게 그리운 저녁
착불(着拂)
풀잎이 자라는 소리
바람이 거꾸로 부는 날
지금은 지나가는 중
벽화 3
삶을 문득이라 불렀다
해설|달을 떠오르게 하는 소의 쟁기질
|김경수(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당 한구석. 윤기 나고 탄력 있는 피부로 자라던 옥잠화 넓은 잎사귀 속에서 쪽찐 머리에 꽂은 옥비녀 같은 꽃이 피었다. 어느 집 규수였을까. 옥잠화 몸에서 나는 향기가 너무 그윽하여 아침마다 모두머리 단장하고 있는 꽃방. 두근거리며 훔쳐보던 그녀의 흰 뒷목.
지난겨울 담장 아래 눈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해바라기가 피어올라와 물끄러미 방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다 깜짝 놀라 커튼을 쳤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 볼이 두툼한 여자 같았다.
아침마다 나팔꽃이 목청껏 외치는 소리들.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꾀어내듯 휙휙 휘파람을 불며 허공으로 뻗어가던 넝쿨들, 낭창낭창하던 것들.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없어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칠 년 만에 땅 속에서 나와 7일만 살면서 오직 사랑을 찾기 위해 울던 매미. 당신은 그토록 간절하던 당신을 만났는가.
등줄기에 후줄근하게 땀이 흘렀다. 나도 녹아가고 있었다. 여름의 눈사람처럼 있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 백일홍을 심었는데 백일홍도 그만 져버리고 말았다. 출근하는데 죽은 매미가 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화무십일홍」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