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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5468789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2-08-30
책 소개
목차
부서진 사월 7
해설 | 비정상적 나라에서 쓴 정상적 작품 253
작품론 259
옮긴이의 말 263
이스마일 카다레 연보 267
리뷰
책속에서
“베리샤가(家)의 그조르그가 제프 크리예키크를 쏘았어요!”
(……) 인간의 소리가 아닌 것만 같은 그 목소리는 순간 그를 무력감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자신의 몸으로부터, 가슴으로부터, 그리고 살갗으로부터 빠져나와 외부로 잔인하게 퍼져나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받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베리샤가의 그조르그. 그는 마음속으로 그 무자비한 포고 사항을 알리는 관원의 고함소리를 되뇌었다. 그는 스물여섯 살이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삶이라는 회반죽덩어리 속으로 섞여들어가고 있었다.
3월 17일이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댔다. 3월 21일. 4월 4일. 4월 11일. 4월 17일. 18일. 죽음의 4월. 그리고 영원히 그렇게 지속되겠지, 죽음의 4월, 죽음의 4월, 그리고 더이상 5월은 오지 않을 거야. 결코 5월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곧 그는 살인 의식은 관습법의 일부분일 뿐이며, 피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부분에 비한다면 극히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이 놀랐다. 그러나 관습법의 각 부분은 아주 가느다란 실의 타래처럼 서로 깊이 얽혀 있어서, 이편이 어디서 끝나며 저편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각 부분, 말끔히 세탁된 것이 피로 얼룩진 것을 낳고, 피로 얼룩진 것이 말끔히 세탁된 것을 낳는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낳으며 대대손손 영원히 이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