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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88796
· 쪽수 : 316쪽
책 소개
목차
태초에 가부장이 있었다 7
이 집은 딸이 사장인가봐 12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 17
우리는 테레비나 보자 24
쫓겨나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31
복희를 공짜로 누리지 마 37
아저씨의 아름다움 42
장군 말고 장녀 48
바깥양반의 아우라 54
안 부지런한 사랑 62
충분한 데이트 69
복희식 오류 79
아쉬운 대답 드려 죄송합니다 85
복희는 된장 출장중 93
낭독회는 김장중에 시작된다 100
로즈 시절 110
사장님의 사장님 118
이기고 싶은 사람이 있어 131
딸의 예술가 친구들 143
미란이는 불시에 찾아온다 149
인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158
책을 사랑하고 두려워하기 165
이유 있는 문학 174
복희는 생각한다 183
당근님들 192
가부장의 아침 201
걸레질의 왕도 207
직원 복지는 요가로 210
부엌에 영광이 흐르는가 219
남의 찌찌에 상관 마 237
혼란스러운 가부장 247
헷갈리는 식탁 예절 257
누가 여자 역할이에요? 266
어느 오후의 부녀 274
우리들의 신을 찾아서 282
출판사 지붕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298
작가의 말 31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父生我身 母鞠吾身
부생아신 모국오신
슬아는 야무지게 따라 썼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다. 할아버지는 종이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아버지 내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 내 몸을 기르셨느니라.”
먼 옛날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이렇게 가르치셨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한 그랬을 것이다.
슬아가 잠자코 듣더니 물었다.
“엄마가 저 낳았는데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빠 없었으면 너는 태어나지도 못했어.”
“하지만 직접 낳은 건 엄만데……”
그는 어린 손녀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생각해봐라. 땅만 있으면 거기에서 곡식이 자라겠니? 씨앗을 심어야 자라잖아. 씨앗이 없으면 땅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거야.”
“그치만 씨앗도 땅이 없으면……” (「태초에 가부장이 있었다」)
복희 부부와 자식들이 모든 짐을 챙겨 떠나기 전날,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시아버지는 혼자서 맥주를 여섯 병이나 마셨다. 토끼 같은 손주들을 매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는 손녀딸을 앉혀놓고 당부했다.
“기지배야, 나를 잊지 마라……”
아홉 살 슬아가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복희를 공짜로 누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