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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8047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23-11-10
책 소개
목차
타인에게 말 걸기 007
빈처 047
연미와 유미 075
그녀의 세번째 남자 113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 197
먼지 속의 나비 239
짐작과는 다른 일들 273
열쇠 307
이중주 353
초판 작가의 말 425
개정판 작가의 말 42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등뒤에서 남에게 말을 걸 때 우리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름은 그래서 필요하다. 이름이라는 공용어가 없다면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타인 가운데 그 자신이 불렸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할 것이며, 더욱이 어떻게 그의 눈길을 자기에게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인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첫번째 단계로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상대방에게 자기의 이름을 대는 일인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그녀는 좀 이상하다. 남을 부를 때 모든 사람이 하듯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하다못해 자기가 부르고자 하는 사람이 알아들을 만한 그 사람 방식의 언어로도 부르지 않고 제멋대로 제가 지어낸 별명이라든지 저만 아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다. (「타인에게 말 걸기」)
나는 손에 펴들고 있던 그녀의 일기장을 가만히 덮으면서 눈으로 마지막 문장을 읽는다. 살아가는 것은, 진지한 일이다. 비록 모양 틀 안에서 똑같은 얼음으로 얼려진다 해도 그렇다, 살아가는 것은 엄숙한 일이다. (「빈처」)
10월 27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나는 서른 살이 되었다.
서른 살이 된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나이나 마찬가지로 서른도 외로운 나이이다. 뉴캐슬이 세상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고독한 장소인 것처럼.
가을 학기가 시작된 지 이 주일이 지났는데도 나는 뉴캐슬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오렌지 껍질을 세로로 벗기며 생각한다.
언니와 나는 다르다, 언니는 연미이고 나는 유미이다, 라고. (「연미와 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