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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55171778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친구교환
탕탕
추억
눈 내리는 밤
뷔용의 아내
오상
가정의 행복
앵두
책속에서
하지만 그 날 밤은 어찌된 영문인지, 평소와 달리 아이의 열은 어떠냐는 둥 매우 다정하게 물어오는 남편을 보며, 저는 기쁘다기보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으로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잠시 동안 남편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 왔습니다.
"실례합니다."
현관 쪽에서 여자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온몸에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쓴 듯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실례합니다. 오다니 씨."
이번에는 조금 날카롭게 불렀습니다. 그와 동시에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나더니,
"오다니 씨! 안에 계시지요?"
하고 확실히 성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남편은 그제야 겨우 현관에 나간 듯
"왜 그런가?"
하고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얼이 빠져 대꾸했습니다.
"왜 그런가 라뇨?” 여자는 소리를 죽여 나직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멀쩡한 집도 있으면서 도둑질을 하다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헛소리는 그만 집어치우고, 그것만 돌려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 길로 곧장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하다니! 여기는 자네들이 올만한 곳이 아닐세. 돌아가게! 돌아가지 않으면 내가 자네들을 신고하겠네."
그 때 남자의 목소리가 났습니다.
"선생, 간도 크시군요. 자네들이 올만한 곳이 아니라굽쇼? 용케도 그런 말을 하십니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군. 다른 일도 아니고, 남의 집 돈을, 이봐, 장난도 정도가 있어야지.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런데 이런, 오늘밤 같은 한심한 짓을 저지르다니! 선생, 이제 더는 봐 주지 않을 거요."
"협박하는 건가?" 남편은 고자세로 말했지만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습니다. "공갈치지 말게. 돌아가! 불만이 있으면 내일 듣겠네."
"뻔뻔스럽게 잘도 말하는군. 선생, 이젠 완전히 악당 다 되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경찰한테 부탁할 수밖에."
그 말 속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증오가 서려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