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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56606958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3-05-29
책 소개
목차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넷째 날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게오르크에게 전문 기술을 전수해 주는 역할을 맡은 토니는 영감이 전에 ‘우리야말로 진정한 <맨 인 블랙>’이라고 했다는 말을 나중에 들려주었다. 거대한 비밀 조직, 그것이 바로 해충 방제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맨 인 그레이>이며, 그 영화는 그들을 빗대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었다. 영감은 또 영화가 그리고자 한 것은 외계인의 활동을 감시하는 비밀 조직이 아니라 자기네들 해충 방제사의 일상적인 직업 생활이지만 실제 그들의 실상을 직접 다루는 것은 정치사회적으로 너무 위험한 시도이기 때문에 피치 못하게 외계인을 내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영화 <맨 인 블랙>을 일부러 다시 한 번 본 게오르크는 과연 그럴 법하다며 머리를 끄덕였다.
라너는 큰 서류 뭉치를 뒤적이는 감식반원들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하나 없어졌는데 이토록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그러자 콜베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왜 이해가 안 갑니까? 경감님이 사라진다면 누구 알아챌 사람이라도 있나 보죠?”
“출근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직장에서라도 내 행방을 알아보지 않겠소?”
콜베가 웃었다.
“허어, 내가 경감님이라면 그렇게 확신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라너는 소리 없이 끄응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눈으로 쉰 한숨이었지만 콜베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또 금방 팩 토라지시네. 그냥 허허 웃고 넘어갈 줄도 아셔야지요. 여기 베를린에서는 말입니다,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에 대해서도 그냥 웃고 넘어간답니다. 그것이 우리네가 살아가는 방식이죠. 그렇게 살면 속이 답답할 일도 없고 얼마나 좋은데요. 자기 자신에 대해 웃지 못하는 한 이 도시에서 살아가기가 좀 힘들 겁니다. 특히 경감님은 좋은 조건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경감님을 보고 잘 웃어주니 말입니다.”
시장은 예전에 이 도시가 겪어 온 고난들을 간단하게 열거했다. 전쟁, 공습, 분단, 겨울 기근, 베를린 봉쇄, 장벽 탈출자의 총살, 냉전, 통일 후 혼란기, 곳곳의 공사 현장, 수도로서 재지정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갑자기 쥐 문제는 우습고도 사소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오르크 볼터스는 속으로 감탄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 다른 학생들이랑 한집에 살 때 자기가 청소 당번 임무를 그냥 지나가거나 설거지거리를 쌓아놓거나 해서 다툼이 일어나면 꼭 지구 온난화나 핵발전소, 극우주의 또는 국가 부채 증가 등의 주제를 끄집어내 학생들의 주의를 돌리곤 했다. 시장이 한 도시를 이끄는 것도 결국 누가 설거지를 안 했는지, 냉장고의 음식을 싹 먹어치웠는지, 화장실 청소를 빼먹었는지 슬며시 은폐해야만 하는 학생들의 공동 자취 생활과 다를 바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