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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7075883
· 쪽수 : 340쪽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네가 돌아오기를
너의 종점은 아득히 멀고
철새와 부나비
뤄린(若琳)
너는 내 세계
날 얕잡아봤던 당신들에게 감사해
우리의 비밀
천 개의 산, 만 개의 강
봉황 비녀를 머리에 꽂고
신부
누군가 내게 물었다
나는 북쪽을 그리네
베이베이(北北)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누나가, 누나가 어떻게 그래. 누나, 우리는 가족이야.” 나는 열 몇 살 때부터 줄곧 이런 식이었다. 마음속에 엄청난 격랑이 휘몰아칠 때 도리어 종종 가장 가라앉은 말투를 선택하곤 했다.
“가족이라고? 됐네. 난 그런 가족 필요 없어.” 정둥니는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내 영혼을 꿰뚫어 보듯이. “네가 집이 있어? 남의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입만 열면 가족, 가족, 부르짖으며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드는구나. 난 너처럼 노예근성에 찌든 것들을 보면 견딜 수가 없어.”
나는 피난민처럼 황망하게 계단을 뛰어내려와 밖으로 도망쳤다. 겨울 오후, 하늘은 어둡게 가라앉은 먹자두빛이었다. 이 겨울은 도대체 왜 이렇게 긴 걸까. 하지만 북쪽 지방의 겨울은 언제나 이런 것이다. 아무리 지나가도 끝나지 않는다. 하염없이 느린 그 시간의 흐름 때문에, 사람은 언제나 겨울에 까닭 모르게 쉬이 늙는다.
그게 언제더라? 우리가 막 어른이 됐을 때? 그날 아주아주 큰 비가 내렸다는 사실만을 기억한다. 번개가 번득이고 우레가 우는 창밖을 보면서 나는 하늘과 땅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보랏빛으로 염색한 길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그녀는 마치 신화 속에 등장하는 물의 요정 같았다. 그날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랑 같이 싱가포르에 가자.” 나는 싱가포르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곳이 아주아주 멀다는 사실만 알았다. 그저 내 앞에 있는 이 여인이 영원히 얻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만 알았다. 모든 ‘불가능’한 것들을 추구함으로써, 모든 절망적인 희망을 불사름으로써,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시줴?”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내 가슴팍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날 불러봐.”
“둥니.”
“그거 아니?” 그녀의 웃는 얼굴은 다시는 못 볼 만큼 아름답다.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 아래 서 있는 것처럼 그렇게 반짝인다. “너 울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