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logo
x
바코드검색
BOOKPRICE.co.kr
책, 도서 가격비교 사이트
바코드검색

인기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검색가능 서점

도서목록 제공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은이)
  |  
자음과모음(이룸)
2013-04-20
  |  
13,000원

일반도서

검색중
서점 할인가 할인률 배송비 혜택/추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yes24 로딩중
교보문고 로딩중
영풍문고 로딩중
인터파크 로딩중
11st 로딩중
G마켓 로딩중
쿠팡 로딩중
쿠팡로켓 로딩중
notice_icon 검색 결과 내에 다른 책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고도서

검색중
로딩중

e-Book

검색중
서점 정가 할인가 마일리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aladin 7,800원 -10% 390원 6,630원 >

책 이미지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책 정보

· 제목 :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7214
· 쪽수 : 216쪽

책 소개

소설가 배수아, 등단 20주년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기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그리고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목차

1.
2.
3.
4.
발문: 꿈, 기록 - 김사과

저자소개

배수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에 「1988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장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2004년 장편소설 『독학자』로 동서문학상을, 2018년 소설집 『뱀과 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훌』 『올빼미의 없음』, 장편소설 『부주의한 사랑』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 『G.H.에 따른 수난』,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등이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아야미는 얼어붙었다. 그녀의 두 손이 자신도 모르게 유리문 저편, 남자의 손을 향해서 올라갔다. 그들의 손이 겹쳐졌다. 당황스러운 떨림이 아야미의 심장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녀는 매우 강렬하면서도 정체불명인 어떤 감정에 사로잡히는 자신의 육체를 느꼈다. 의지와 의식을 넘어서는 감정.
나는 감정이다, 하고 그녀 안의 무엇인가가 그녀를 대신하여 속삭이는 것이 들렸다. 나는 오직 감정이다.
무슨 일인가요, 하고 아야미는 입술을 움직여서, 하지만 목소리를 입 밖에 내지는 않으면서 말했다.
그때 갑자기 남자가 입술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직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난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왜 날 쫓아내는 거지?” 남자는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았으나 이 순간 눈빛에 갑작스럽고도 기이한 광기가 번득였다. 아야미는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속으로는 어째서 자신이 두터운 유리문 밖, 그다지 크지 않은 남자의 속삭임을 이토록 똑똑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지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극장의 개관 시간이 지났다고 말했다. 남자가 독순술을 아는 지, 그건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똑똑하게 발음하면서, 이제 끝났어요, 끝났다구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주먹을 들어 마치 유리문을 내려칠 것처럼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여전히 거의 들리지 않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너희를 모두 죽여버리겠어!” / (제1장, 34-35쪽)


부하는 시를 읽지도, 쓰지도 않았지만 가끔 그림을 그렸다. 그의 어머니는 화가였다. 아버지는 문화부에서 근무했던 공무원으로, 어머니보다 나이가 열다섯 살이나 많았으며 겉과 속이 모두 고루하고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화제가 궁한 오후, 어머니는 아이였던 그에게 냉소적으로 털어놓곤 했다. “화가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남편이 아니라 스폰서란다.”
몇 번의 이혼 위기가 있긴 했지만 부하의 부모는 그럭저럭 잘 극복하고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했다. 부모와 같이 살던 시기에 그는 주로 어머니에게 막연한 연민을 느꼈지만, 지금은 집에서 그 어떤 자기 표현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최소한 애인이라도 갖고 있었기를 바랐다. 굳이 말하자면 아버지는 분명 권위적이었으나, 그의 권위에는 자기가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아버지는 독재적이었으나 아무것도 통치하지 못했으며, 그의 독재에도 역시 자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누런 유령처럼 살다가 죽었다. / (제2장, 97-96쪽)


“난 말이죠, 오늘 새벽 공항에서…….” 아야미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공항에서 갑자기 세계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깜짝 놀랐어요. 비일상적으로 환하게 불을 밝힌 공항 입국장 전체가, 입국장의 출입문이, 그 안에서 곧 모습을 나타낼 당신과 함께, 탁 하는 소리도 없이 눈앞에서 스윽 꺼져버렸어요. 마치 사물들이 아니라 내 눈동자가 사라져버린 듯했죠.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어둠의 허공을 더듬었어요. 하지만 눈을 깜빡이면, 어둠 속에 형체들이 있어요. 실체가 아닌 형체들이…… 그들은 때를 놓치고 느리게 달아나는 유령들 같았어요. 사물의 죽음 이후에도 지상에 남아 있게 된 영혼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그 어둠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게이트를 통과한 후에, 마치 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똑바로 나를 향해서 걸어왔으니까요.”
“그건 정말이지 우연이었어요. 난 무작정 앞으로 걸었을 뿐이라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마치 나를 향해서 인사를 건네는 사람처럼, 광장 한가운데 석상의 짙은 그림자 속에 선 사람처럼, 한 손을 들어올렸지요. 그리고 가볍게 주저하면서 나를 향해 천천히 흔들었어요.”
“아야미 그건 정말이지 우연이었다니까요. 난 단지 앞이 보이지 않아 너무나 답답한 바람에 그냥 어둠을 좀 헤쳐보려고…….”
“그래서 나는 당신이, 바로 당신인 줄…… 알아차렸던 거예요.” / (제3장, 140-141쪽)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도서 DB 제공 : 알라딘 서점(www.aladin.co.kr)
최근 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