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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8235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1. 삼벌레고개
2. 김이 탄 날
3. 안바바와 다섯 명의 도둑
4. 네 이웃을 사랑하지 말라
5. 죄와 벌
6. 토우의 집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경사를 끼고 형성된 모든 동네가 그렇듯 삼벌레고개에서도 재산의 등급과 등고선의 높이는 반비례했다. 아랫동네에는 크고 버젓한 주택들이 들어섰다. 아랫동네 주민은 대부분 자기 소유의 집에 살았고 세도 안 놓았다. 마당도 넓고 자동차도 있고 식성이 까다로운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니 정원사에 운전기사에 음식 솜씨 얌전한 식모나 보모도 있어야 했다.
“들어나 보세요들. 우리 몸에 왜 기가 흐른다 하잖아요. 살기가 등등하다 취기가 돈다 할 때 그 기! 그 기가 들고 나는 쬐끄만 문이 우리 몸에 있는데 그걸 경락이라고 한다네요.”
“우리 몸에 그런 쬐끄만 문이 다 있대요?”
사우디집의 말에 임보살이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있고말고! 그 문이 귀신하고도 통하는 문인걸.”
“그렇다네요. 그런 걸 연구소 차려가지고 공부한다는 게 말이 돼요?”
계원들은 그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몰랐지만 계주가 말이 안 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유도하리라는 예감은 들었다.
기름기를 많이 섭취한 육식이의 음성이 가장 감미로웠다. 재봉틀 의자에 앉아 낮은 허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던 새댁은 육식이의 바리톤이, 그리워라 안니 로리, 하고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미끄러져 내릴 때면 자신의 가슴마저 무너져 내리는 듯해 재봉틀을 구르던 발을 멈추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안니 로리가 사람 이름인 줄 모르는 원은 제멋대로 고쳐 불렀다.
옛날 거닐던 강가에 이슬 젖은 풀잎
사랑하네 아니 오리 언제나 오려나
아득히 지난날 가슴에 스민 꽃
그리워라 아니 오리 꿈속에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