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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8464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길게 휘어진 시간
구원자
쑨달라
스테인드글라스
폭설
시드는 꽃
불꽃놀이
고산병 함정
만다린
봄 그리고 봄
놓칠 수 없는 기회
텅 빈 흰 몸
라스트 카니발
우주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처음부터 다시 걸어오라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완은 숨을 헐떡거렸다. 가슴을 들먹일 때마다 벌어진 입으로 눈발이 한 움큼씩 빨려 들어갔다. 무성한 수염 위로 눈이 하얗게 들러붙었다. 숨을 쉴 때마다 목구멍 뒤를 고드름으로 긁는 듯한 아픔도, 냉기가 폐를 찌르고 들어오는 통증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배낭을 짊어진 어깨는 감각이 없었다. 허벅지까지 눈밭에 파묻힌 터라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밍은 완의 목을 힘껏 얼싸안았다. 그리고 뺨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로 부드럽게 터치하는 키스가 아니라 마구잡이로 내리찍는 뽀뽀였다. 완은 머릿속으로 아, 이런 일도 벌어지는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점점 흥분이 되었다. 왠지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무렵, 유밍이 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완, 나는 네가 정말 좋아.”
문득 이 밤을 유밍은 어떻게 보낼지 궁금했다. 남루한 그 방의 정경이 떠올랐다. 혼자 울고 있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유밍의 위태로움과 불안에 질린 나머지 완은 수연에게 속한 균형과 절제, 고요와 안정의 세계가 마음에 끌렸다. 유밍은 힘겹게 계속해서 감당해야 하는 반면 수연은 최소한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달랐다. 완은 수연이 들리지 않게 얕은 숨을 길게 내쉬고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유밍, 굿나잇, 굿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