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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57752586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1-02-10
책 소개
목차
아버지 최견일 공公
한림학사
왕의 잔치
토함산
심야의 입궁
대왕의 선물
헌강대왕
대왕의 유언
은함殷含
수상한 세월
여왕의 시대
서라벌의 온기
삼대목
왕거인
부록(소설 속 용어 해설 · 계원필경 · 화엄일승법계도)
저자소개
책속에서
“뭐야? 해인사 뒷산에?”
“예, 스승님. 그 가야산 어딘가에는 그 절을 창건한 분들이 서라벌, 아니 통일신라의 강역 중에서도 산수 아름다운 곳곳에 불사를 시작하면서 해인사는 특히 국가의 번영과 안위를 위해서 후세까지 이어질 곳이라고 예견하여 해인사 절 뒤편 산 정상 가까운 곳에서 서라벌과 동해의 해 뜨는 모습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바위들 중 자연적으로 부처 모습을 갖추고 서 있는 큰 바위를 발견하고 그곳에 미륵 세계를 알려주는 신비스러운 마애불을 새겨놓았다고 합니다.”
이때 호몽이 별것 아니라는 듯 왕거인의 말을 가로막았다.
“에이, 난 또 뭐라고. 왕거인, 그건 좀 믿기 어려운 얘긴데? 우리가 듣기로는 지금 해인사에는 스님과 거주하는 신도들만 이백 명이 넘고 승군이 계곡 사이에 팔백 명이나 진을 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큰 마애불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면 누구든 찾아내지 않았을까?”
최치원은 가지고 간 보따리를 들고 그들을 따라 토굴 속으로 들어갔다. 황토와 바위가 절반쯤 섞인 그 토굴 안에는 거적이 깔려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달마대사인 듯한 눈이 큰 화상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다른 한쪽 벽면에는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는 것이 마치 신비로운 세계에 빠져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더 신기한 것은 왕거인이 누운 머리맡에는 촛불과 향, 그리고 큰 칼 한 자루가 물그릇 위에 놓여 있는데, 그 칼끝은 벽에 새겨진 북두칠성을 향해 매서운 자태를 드러냈다.
토굴 안을 둘러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최치원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가지고 간 보따리를 풀었다. 그리고 약기름을 꺼내 제일 상석인 듯한 사내를 불러 왕거인의 옷을 벗기고 화상을 입은 상처에 기름을 발라 주었다. 최치원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왕거인은 아픔 때문에 꿈틀꿈틀하면서 희한하게도 비명 대신 이상야릇한 소리를 질렀다.
상대등 역시 도통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구화상에게 그 글을 건네어 의미를 알고자 했다. 상대등에게 수상한 방문을 건네받은 대구화상은 그 글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어가며 의미를 찾으려 몹시 애를 썼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다라니경을 흉내 낸 것으로, 그 내용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구화상이 잠시 말을 끊고 주저하자 상대등은 더욱 궁금해졌다.
“빨리 해석해 보시오. 도대체 내용이 뭡니까?”
상대등의 성화에 못이겨 대구화상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