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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8243571
· 쪽수 : 243쪽
· 출판일 : 2018-02-2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초대수필_권남희
김종란_너는 아름답고 나는 아쉽다 외 2편
임금희_곰배령 외 2편
김화순_땅끝 소묘 외 2편
조은해_채혈실에서 외 2편
송복련_수數를 느끼다 외 2편
김단혜_인천배다리 헌책방 아벨서점에 가다 외 2편
배상운_에덴동산 답사기 외 2편
유동종_2월이 오면 외 2편
임혜정_시드니에서 김서방 찾기 외 2편
정찬경_바다가 들려준 말 외 2편
이대형_때를 기다리는 것 외 2편
심현섭_한국의 가을 산 외 2편
김 은_그 봄을 캐스팅하다 외 2편
신종원_놋쇠 밥그릇 외 2편
저자소개
책속에서
삐뚤어진 입으로 삐딱한 말을 쏟아낸다.
“저거 다 성형발이야. 티가 팍팍 나잖아. 몇 살인데 저리 탱탱해? 좀 있으면 얼굴 살이 축축 처질걸!”
텔레비전을 함께 보던 남편이 골을 부린다.
“그럼 당신이 한번 제대로 고쳐서 나가보든지? 아무리 고쳐 봐도 저리 될 수 없을걸!?”
빙긋대던 아들까지 거든다.
“우리 엄니 미운증이 또 도지셨네. 젊고 예쁜 저 여자들, 어차피 엄니 상대는 아니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다. 푸시시 흐트러진 머리칼과 푸석한 민낯, 허름한 잠옷 바람으로 뒹굴면서 다른 여자를 흉볼 처지가 아니다. 어쩐지 무안하여 거실을 떠난다. 컴퓨터를 찾아 서재로 들어오는데 그곳에도 여자가 있다. 예쁜 여자다. (‘너는 아름답고 나는 아쉽다’ 중에서)
하늘을 보고 누워서 별들의 나라로 들어갔다. ‘아, 이런 행운이 있다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벅차오름에 목이 멘다. 동공은 놀라 벌어지고 별들이 가슴에 박히는 듯 온몸이 벌벌 떨려왔다. 그 머나먼 별들이 다 크게 느껴졌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겨울 별들이 자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가 먼저 눈에 들온다. 북두칠성 그 커다란 국자에서 별물이 금방 쏟아질 듯이 보였다. 삼태성은 더 다정해 보이고 베텔기우스는 더 붉고 커졌다. 고단한 하루의 선물과도 같은 별들이 우리들의 눈과 가슴에 머무르며 검푸른 겨울밤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산 입구에서부터 실랑이가 벌어졌다. (‘곰배령’ 중에서)
마지막 배를 타려고 서둘러 부둣가를 갔더니 난리가 났다. 해무가 심해 출항이 금지돼 승선 줄이 끝도 없이 길었다. 섬에서는 폭풍우보다 무서운 게 해무다. 오래전 백령도에서 8일간 무진기행을 겪었다. 짙은 안개가 끼면 건너편 북한 배와 피아를 분간하지 못해 군에서 판단해서 출항을 허락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 까닭에 8일을 갇혀 백령도 구석구석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왔었다.
청산도를 떠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열에서 이탈도 못하고 허탈해하는 사이 꾀를 내어 딸의 손을 잡아끌었다. 부두 앞 ‘해녀의 집’ 좌판에 싱싱한 전복이 우리를 유혹했다. 그래 이 맛이야. (‘땅끝 소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