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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9065622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0-04-03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내 인생의 전처였던 친정 엄마에게 ․ 6
제1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
먹이는 것의 거룩함에 대하여 - 칼국수 ․ 17
폭신함과 보드라움의 추억 - 달걀말이 ․ 22
자식을 기다리며 끓이는 - 전복죽 ․ 28
세상에서 가장 고소한 기름기 - 삼겹살 ․ 32
사랑은 기다림이 반이다 - 고등어구이 ․ 37
입이 미어터지는 행복 - 상추쌈 ․ 42
아버지는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 잔멸치덮밥 ․ 46
견고한 용서에 대하여 - 닭백숙 ․ 50
이국에서 온 낭만 손님 - 카레라이스 ․ 55
나를 구원하는 빛 - 빵 ․ 60
제2부 사랑이 떠나도 그 맛은 남으니까
그린라이트를 켜줘! - 조개탕 ․ 67
크리스마스에 첫눈이 내리면 - 팝콘 ․ 70
아이보리 매직 - 막걸리 ․ 75
달콤하고 쓸쓸한 연애 - 커피 ․ 80
실연의 상처를 달래는 몇 가지 방법 - 양푼비빔밥 ․ 85
순수하고 뜨거운 눈물 - 떡볶이 ․ 91
사랑의 환각을 완성시키는 맛 - 스테이크 ․ 96
당신과 결혼한 진짜 이유 - 김치찌개 ․ 101
이보다 야할 수는 없다 - 꼬막무침 ․ 107
죽음 앞에서 사랑은 - 선지해장국 ․ 112
제3부 외로움이 내 마음을 두드릴 때
청춘을 위한 연가 - 라면 ․ 119
먹는 자와 튀기는 자 - 치킨 ․ 125
가벼운 농담과 실용성의 맛 - 햄버거 ․ 130
조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회전초밥 ․ 136
배고픈 슬픔이 영혼에 차오를 때 - 쌀밥 ․ 141
비 오는 날의 처량함에 대하여 - 전 ․ 147
고향을 잃고 맛을 얻다 - 냉면 ․ 152
영혼이 떠난 뒤의 심심한 맛 - 헛제삿밥 ․ 157
유배지에서 맛보는 고독의 맛 - 동파육 ․ 162
나의 안부가 궁금해질 때 - 김밥 ․ 167
제4부 내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한 끼
아삭아삭 내 인생 - 양배추샌드위치 ․ 177
혼자여도 함께 있는 친구 - 가자미미역국 ․ 182
내 마음이 익어갈 때 - 와인 ․ 188
나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때 - 짜장면 ․ 194
왕만두만 한 복이 올 거야 - 만두 ․ 201
한여름에 만나는 눈사람 - 팥빙수 ․ 206
당신의 한가로움을 찬양하라 - 차 ․ 211
내 인생도 반짝일 때가 있었다 - 초콜릿 ․ 216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김치볶음밥 ․ 221
단 하루밖에 없는 오늘이라는 선물 - 생일 케이크 ․ 226
제5부 생은 계속된다
가난한 사람의 최후의 보양식 - 설렁탕 ․ 235
죽기 전에 생각나는 - 육개장 ․ 241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은총 - 풀빵 ․ 245
심심하고 무심한 인생의 맛 - 메밀묵 ․ 249
생존을 위한 대가 - 간장게장 ․ 254
내 청춘을 덮어주던 따뜻한 담요 한 장 - 돈가스 ․ 258
세상에 너무 심각할 일은 없어 - 수박 ․ 264
전쟁과 굶주림을 이겨내다 - 김치 ․ 269
콩은 힘이 세다 - 콩국수 ․ 274
매일매일 찬란한 인생은 없다 - 사과 ․ 27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의 엄마도 외지에 나간 식구들이 다 모였을 때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칼국수를 만들어주었다. 경상도에서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칼국수 반죽을 한다. 어느 정도 치대다 반죽이 다 되면 넓은 비닐을 깔고 홍두깨로 민다. 홍두깨가 없으면 다 쓴 형광등으로 민다. 반죽이 끝나고 흰 눈가루처럼 밀가루를 뿌리며 썰어갈 쯤엔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쫄깃쫄깃 씹힐 칼국수를 생각하면. 「먹이는 것의 거룩함에 대하여 : 칼국수」
삼겹살은 기본이고 돼지갈비, 제육볶음, 소불고기, 소고기 로스, 심지어 닭볶음탕을 먹을 때도 상추쌈에 싸서 먹는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쌈을 좋아한다. 상추쌈은 그 안에 어떤 것을 다 싸 넣어도 되는 한국의 ‘보자기’를 닮았다. 보자기는 내용물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혹은 그 모양대로 내용물을 감싼다. 무정형의 사랑, 어떤 것으로도 규격화하지 않고 크든 작든 모든 것을 다 감싸줄 것 같은 것이 엄마란 생각이 든다. 상추쌈을 먹으며, 입이 미어터져라 상추쌈을 우적거리며 고향 생각을 한다. 엄마 생각을 한다. 「입이 미어터지는 행복 : 상추쌈」
입과 혀에 착착 감기는 조개탕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입에 착 감겨들면서도 밀어내는, 밀어내면서도 감겨드는 맛, 감칠맛이다. 이것이 바로 밀당의 맛이다. 이것이 연애의 맛이다. 썸 타는 남녀에게 먹는 행위는 감정을 나누는 행위다. 음식을 먹듯 서로를 ‘간 보는’ 행위다. 조개탕을 먹으며 썸 타는 남녀가 여기서도 탁, 저기서도 탁, 조개처럼 입을 벌릴 수만 있다면, 인간사의 로망이 시작될 수도 있겠다. 「그린라이트를 켜줘! : 조개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