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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국제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59068241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6-01-12
책 소개
실용적이면서 합리적인 대만의 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 외교’를 하는 대만의 힘
대만은 범생이 이끌어나가는 국가다. 어디서나 모범생을 지향하고, 칭찬한다. 그 범생들이 경제, 정치, 사회 각 부문을 이끌고 있다. 즉, 범생이 국가 대부분의 영역을 리드해가는 나라다. 정치든 경제든 교육이든 범생이 리더 역할을 맡고 있고, 범생 식으로 조용하면서 내실 있게 운영되어간다. 한마디로 대만은 ‘모범생 지향 사회’다. 범생들이 끌고가는 대만은 실업률은 낮고, 빈부격차는 작으면서, 복지 수준은 높다. 경제는 안정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행복도는 많이 높다. 세계적인 조사기관들이 매년 발표하는 행복지수가 아주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에서 보통 1위다.
그런데 ‘범생 공화국’을 운영해나가는 대만에 큰 장애가 있다. 하나는 중국, 하나는 미국이다. 중국은 ‘100년의 마라톤 계획’을 갖고 있다. 대만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하나의 나라로 통일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대만과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해 일국양제(一國兩制)로 통일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도 자주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나라 대만은 그래서 마냥 평온할 수만은 없다. 미국은 대만의 둘도 없는 우방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에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요구도 많이 한다. 바로 국방비를 GDP의 10%까지 올리라고 요구한다. 이렇게 대만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압박을 받고 있지만, 나름 실용 외교를 하고 있다.
안문석의 『범생 공화국, 대만』은 대만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외교 등을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저자는 대만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산책하면서 구경도 하면서 대만을 관찰했다. 대만 사람들은 친절하고 정이 넘친다. 대만은 한국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가 북한과 맞서고 있다면, 대만은 중국과 맞서고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 과정을 겪었고, 독재정권을 겪었다. 반면 대만은 조용하고 행복지수가 높다. 사람들은 수수하고 담백하며, 극단은 싫어하고, 질서와 절약을 원칙으로 삼는다.
‘범생 문화’가 창조한 TSMC와 탈권위 사회
대만에는 세계 최고 최대의 반도체 파운더리 기업 TSMC가 있다. 아시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이며, 대만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0%, 대만 전체 수출의 12%, 대만 전체 GDP의 8% 정도를 차지한다. TSMC는 대만에 있는 과학기술대학과 명문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들과 계약을 맺고 인재를 키워 졸업 후 채용한다. 그런 인재들이 TSMC에 들어가 성실하게 일한다. 특별한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영혼을 바쳐 일한다. TSMC뿐만 아니라 경제 현장 대부분은 범생들의 묵묵한 활약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범생들의 연구와 생산, 영업으로 여전히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만은 독재정권과 권위주의를 뒤로 하고 민주화에 성공했지만, 민주적인 요소가 사회 깊숙이 스며든 모습을 보여준다. 총통부와 사법원, 법무부 등은 소박하면서 권위와 위엄이 거의 없다. 건물도 일제가 점령하고 있던 당시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옛것은 일단 보존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용적이면서 합리적이다. 그런 모습이 권위보다는 소박, 소탈한 양태로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대만 사람들은 소박하고 소탈하다
대만 사람들은 소탈하면서 정직하다. 옷차림도 수수하고 배려심도 많다. 또 정확하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다 숫자화되어 있다. 건널목에는 녹색등의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고, 거리에는 빨간불 옆에 숫자판이 붙어 있다. 지하철역에도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남은 시간을 숫자로 표시해준다. 관공서에 가도 번호표를 받고 앉아 있는 곳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숫자가 나온다. 지하철 안에는 ‘박애좌’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앉도록 마련된 자리가 있다.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옆에 있는 남문시장은 ‘백화점 못지않게’ 깔끔하다. 대만은 이렇게 뭐든 간결하고 심플하게 할 수 있도록 해놓는다.
대만 사람들은 뭔가를 믿고 거기에 의지하면서 그 신심으로 실제 생활을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따지고 가리기보다는 두루뭉실 실용적이다. 실용 정신이 충만하다 보니 ‘너무 개인주의적인 거 아냐?’ 하는 느낌을 줄 때도 많다. 자기 일을 하고, 특별히 협력할 일이 없으면, 남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다. 또 대만은 전기난로와 종이컵이 없다. 난방기구는 없고 전기난로 등을 쓰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관공서나 학교에 종이컵이 없다. 모두 텀블러를 들고 다니거나 자기 컵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걸로 물을 마신다.
대만은 고슴도치가 될 수 있을까?
대만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이슈는 ‘독립’이다. 중국과 완전 별개의 국가로 독립할 것인지, 중국과 통일을 할 것인지, 지금 상태로 현상 유지를 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통일하자고 주장하는 세력은 적다. 반대로 지금 당장 완전 독립을 추진하자고 말하는 세력도 적다. 현상 유지가 대세다. 중국과 큰 문제 없이, 크게 싸우지 않고, 경제 교류 적절히 하면서 지내자는 쪽이 많은 것이다. 대만은 중국과 실용적이면서 실리적인 경제 교류를 하고 있다. 1991년부터 2023년까지 대만 기업의 대중투자는 4만 5,000여 건에 달한다. 지난 30여 년간 양안 교역은 대만과 중국을 이어주었고, 경제적으로도 윈윈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막고 있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그 바람에 대만 기업들도 중국 사업은 위축되고 있다.
대만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의 군사적 침략 여부다. 2024년 10월 대만 국방안전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4.3%가 중국이 5년 내에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52.6%가 미국이 군대를 파견해 대만을 도울 것이라고 대답했고, 70%는 미국이 무기와 물자도 공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만 사람들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도울 것으로 믿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늘리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 2024년 초 대만이 미국에 주문해놓은 무기는 25조 5,000억 원 규모였다. 그런데 이 중 상당 부분은 주문 이후 수년이 지났는데도 인도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대만은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무기를 계속 구입하면서 비위를 맞추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대만이 과연 고슴도치가 될 수 있을까?
목차
머리말 · 4
프롤로그 · 7
제1장 범생 천국 대만
범생 문화가 창조한 TSMC · 17
팀워크를 아는 범생들 · 25
정치는 욕심 많은 범생들이 · 33
범생의 학습 능력으로 위기 극복 · 39
대학을 지키는 가난한 범생들 · 45
제2장 범생 맞춤형 사회
화려함 말고 예측 가능성 · 53
정직하고 정확한 사회 · 65
마음 편히 먹을 데가 천지에 · 71
제3장 시민을 위한 시민의 사회
탈권위 사회 · 89
교통체계는 사람이 최우선 · 97
철저한 이용자 중심의 버스와 지하철 · 107
제4장 수수하고 담백한 사람들
생활은 소탈하게 · 117
간결한 게 좋아 · 122
배려심 넘치는 사람들 · 126
경쟁은 조금만 · 131
한 우물만 판다 · 134
제5장 합리적인 너무나 합리적인
신실하고 실용적이다 · 143
딱 먹은 만큼만 내는 대만식 뷔페 · 152
질서는 나의 생활 · 157
절약 또 절약 · 166
열린 마음 · 171
제6장 극단은 싫어
한쪽으로 막가는 건 No · 191
계엄 아니고 주민소환 · 206
완전 독립 말고 현상 유지 · 211
옛것은 일단 보존하자 · 216
제7장 영원한 숙제, 중국
중국과의 관계도 실용적으로 · 233
대만의 최전방 진먼다오 · 239
국방도 실용적으로 미국에? · 260
대만은 진정 고슴도치가 될 수 있을까? · 265
그래도 군대는 싫어 · 272
제8장 더 가야 할 길
정치는 양극화 · 283
평온 속 관료주의 · 288
시민사회는 미진 · 294
범생 천국의 이면, 빈랑 · 297
에필로그 · 301
저자소개
책속에서
회사는 성실한 근로와 노고에 대해 충분히 보상한다. 그런 범생들이 TSMC를 만들어냈고, TSMC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모리스 창이 반도체 위탁생산에 올인한 것도, 그 분야에 대한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성실하고 일이 주어지면 어떤 일이든 해내는 대만 범생들의 끈기를 믿었기 때문이다. 대만 말로 ‘흑수(黑手)’라는 게 있다. 우리말로 ‘흑수’ 하면 부정적인 의미다. ‘검은 손’, ‘음흉한 짓을 하는 수단’이라는 뜻이 된다. 대만도 흑수라는 말을 쓰는데,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안 보이는 손’, ‘뒤에서 남모르게 도와주는 손길’의 의미다. 반도체 위탁생산은 그런 산업이다. 화려한 설계업체처럼 앞에서 빛나는 게 아니라, 연구와 개발을 꾸준히 하면서 설계업체들의 생산 의뢰를 기다려야 하는 업종이다. 「제1장 범생 천국 대만」
시민 편의를 최대화하려는 마인드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미친다. 서울에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사람이 너무 많아 손잡이를 잡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가기 일쑤다. 특히 양측 출입문 사이에 서면 진짜 잡을 것이 없다. 타이베이에서는 그럴 일 없다. 양측 문 사이에도 손잡이가 잘 마련되어 있다. 가운데 봉을 세워 놓았는데, 이게 세 갈래도 되어 있어 여러 사람이 잡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천장에는 둥근 철제 손잡이를 크게 달아 놓았다. 이걸 보면서 나는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이베이 지하철 대부분의 역사에는 화장실도 역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설치되어 있다. 「제3장 시민을 위한 시민의 사회」
대만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는 것이 체화되어 있다. 신호등이 있으면 지키고, 줄이 그려져 있으면 넘지 않는다. 지하철역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도록 줄을 그어 놓았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거기에 선다.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다. 줄이 그어져 있으니 나는 거기에 선다는 식이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주말 낮시간에도 거기에 선다. 한두 사람 기다릴 때에는 아무 데나 서서 기다려도 될 것 같은데 이들은 선을 따라 서서 기다린다. 전철이 들어오면 내리는 사람을 기다려주고, 그다음 줄을 따라 천천히 탄다. 갑자기 뛰어오는 사람도 줄의 맨 뒤에 서서 차례로 탄다. 나도 처음엔 몇 번 실수를 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걸 보고 급하게 달려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탔다. 그렇게 몇 번을 하고, 언젠가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 「제5장 합리적인 너무나 합리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