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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59138067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14-07-05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책속에서
우두커니 서서 창밖을 내다보자 슬픈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한때 부정적인 생각 없이 우리 가족을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직장의 스트레스, 중년의 위기와 사춘기라는 몬스터들이 우리 가족을 강타하지 않았던 시절. 맞아, 우리 빈쉬만 가족은 한때 무척 행복했었어.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그렇지 않게 되었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니 어떻게 하면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더더욱 알 수 없는 노릇이지. 간절하게 원하지만 말이야.
“불행하구나 가족이랑.”
노파가 확고하게 말했다.
“눈치가 번개군요.”
내가 거칠게 대답했다. 좋았던 것은 노파가 말을 하자 내가 울음을 그쳤다는 것이다. 그사이 노파는 우리 가족에게 소리쳤다.
“너희도 불행해 모두 다.”
우리 가족의 시선으로 판단하건대, 모두들 현행범으로 잡힌 것처럼 움찔했다. 세상에, 치아가 거의 없는 노파가 때려 맞췄나? 내 자식들과 남편도 나처럼 불행하다고?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또다시 울부짖고 싶어졌다.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
“너희는 삶을 살지 않아. 너희의 삶은 가치가 없어!”
노파가 고함을 지르자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악취가 내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다.
“으흠…… 그게 좀…… 지나치게 반응하시는 게…….”
나는 노파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그 순간 노파의 눈이 반짝이더니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내릴 게야 너희에게 저주를!”
드라큘라라니. 평소 같았으면 이런 남자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동안 온갖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났다. 우리 가족이 마녀에 의해 몬스터로 변했고, 나는 베를린 지붕들을 폴짝 뛰면서 돌아다녔고, 나의 딸은 고속도로를 달려오는 내내 한 번도 문자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믿을 수 없게 잘생긴 드라큘라가 나타나 피에 굶주린 로커들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었다. 잠깐, 그렇다고 해도 암흑의 존재에게 감사를 표해도 되는 것일까?
“존경하는 엠마,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기쁨을 나에게 주겠소?”
그것 때문에? 나랑 먹으러 가고 싶어서?
“그렇게 해준다면 그대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기쁨을 나에게 줄 것이오.”
창백하지만 매력적인 남자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