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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9138531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1장. 재밌게, 맛있게, 행복하게
언덕 위의 하얀 집
이제 정말 치맨가 보다
내 좋지 않은 습관 덕분에
걷기란 잠자던 감성을 깨우는 것
어디가 많이 아프신가 봐요?
할머니도 소득세를 내세요?
도대체 남자들이란
Trekking 1. 산티아고 순례 길_ 예순여덟 할머니, 피레네 산맥을 넘다
책에 묻혀 사는 즐거움
병상에서 보낸 시월
아~! 대머리님, 안녕하세요?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박범신 문학 기차 여행
자식 사랑은 영원한 짝사랑
붙박이 가구 같은 영감, 그래도 있어야 해!
Trekking 2. 지리산 화대종주_ 여덟 번째 지리산 종주에 나서다
2장. 지금이 딱 좋아
축복처럼 내린 함박눈
오래된 상처
빛바랜 추억 속 사진 두 장
자장면집 찾아 떠난 백 리 길
봄의 초대장
우리 가족만의 김밥과 김치 수제비
음, 바로 이 맛이야
장미 한 송이로 끝난 부부 싸움
Trekking 3. 네팔 히말라야_ 차마 그곳이 이리도 그리울 줄은…
나도 내 나이만큼 아프다
잘 늙은 절 화암사
이웃이 없다
늙은 가슴에 잔잔한 평화가
영화 ‘아무르’, 죽음에 대하여
나의 사전장례의향서
매일을 마지막인 것처럼
Trekking 4. 홍콩 4대 트레킹 코스_ 빛의 찬란을 따라가다
3장.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날로 빛나는 울트라 냄비
15년째 새벽 운동 2시간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서해의 보석 같은 섬, 굴업도
언니라고 부를게요
다이아 반지보다 꽃나무가 좋은 사람들
그냥 오지, 뭘 이런 걸 다
아무래도 당신 비서 하나 붙여줘야 할 것 같아!
Trekking 5. 부탄과 북인도 다질링_ 시간이 비껴간 나라
두 며느리 이야기
꿈을 이루는 길은 어디에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은신처가 되어라
행복이 뭐 별건가
한겨울 밤의 꿀맛
미사보를 쓴 거리의 할머니
삶은 견디는 거죠
Trekking 6. 아이슬란드_ 신들의 정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전철을 타고는 빈자리가 있어 조신하게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아주머니가 나를 흘낏흘낏 자꾸 쳐다봤다. 속으로 ‘내 옷차림이 그래도 괜찮아 보이나?’ 하면서 흐뭇해했다. (내가 이렇게 좀 유치하고 속물스럽다!) 그런데 예술회관역에 전철이 멈추자 이 아주머니가 내리기 전에 내 앞으로 오더니 “저, 옷을 뒤집어 입으셨어요!” 하는 거였다. 얼른 내 옷을 내려다보니 엄훠나! 옆에 ‘호칭90 제품취급시 주의사항’이란 표가 너덜너덜 붙어 있는 데다가 두 쪽을 맞대고 꿰맨 솔기가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좌악 이어져 있었다. (중략)
이렇게 난 거의 멀쩡한 날이 하루도 없이 실수의 연속이다. 하루에 세 번 치과를 왕복하고, 옷을 뒤집어 입거나 짝짝이 신발을 신고도 모른 채 그대로 외출하기도 한다. 이만하면 치매 수준이 아니고 뭔가! 대가리가 나쁘면 몸뚱이가 고생이라고 했던가. 발한테 미안해서 못생긴 발이지만 쓰다듬어 주고 있다.
〈이젠 정말 치맨가 보다〉 중에서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그 연세에 어떻게 지리산 종주를 하세요?”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이만큼 저도 아픈 곳이 많아요. 툭하면 허리가 결리고 엉치뼈도 아프죠. 그럼에도 떠나는 거예요. 느리고 무겁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마법처럼 도착지에 와 있어요.”
느린 걸음으로나마 나는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무엇이든 겁먹지 않고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일흔다섯 할머니도 화대종주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고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Trekking 2. 지리산 화대종주〉 중에서
내가 마흔다섯이 되던 그해 겨울은 너무 추웠다. 남편은 사업 실패 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기고, 남편 채권자들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나는 버거운 삶에 지쳐 희망도 잃고, 삶의 의욕도 잃었다.
겨울방학이 되자 어디든 떠나고 싶어 무작정 청량리역으로 나갔다. 어디로 갈지 정해진 곳도 없이 코트 주머니를 뒤져 돈을 모두 꺼내 들고 그 액수만큼 갈 수 있는 역을 찾았다. 제천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차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왕복 차비가 되는 곳은 양평이었다. (중략)
마침 가방 안에는 편지지와 우표를 붙인 봉투가 들어 있었다. 편지지를 꺼내 남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난 애들하고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용기를 잃지 말고 건강해라’ 같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말미에 사랑한다는 말을 썼던 기억이 난다. 남편 거처를 모르니 시댁 주소를 적어 역 앞 우체통에 넣었다.
한 달 남짓 지난 어느 날, 어둑어둑 땅거미가 퍼질 무렵 꿈결처럼 남편이 찾아왔다. 맨발로 달려 나가 부둥켜안았다. 실의에 빠져 행여 삶을 포기했을까봐 그게 가장 불안했는데 돌아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날도 눈이 내렸다. <축복처럼 내린 함박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