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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2385
· 쪽수 : 40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스랄은 이제 눈을 뜨고 그 작은 불똥이 날아가는 궤적을 지켜보았다.
'작은 불똥이여, 그대가 계속 그리로 간다면 엄청난 재난이 일어날 거요.'
'태워버릴 거야! 난 살아야겠어!'
'그대의 빛과 온기가 환영받는 곳은 따로 있소. 그리로 가시오.
내 백성의 집을 부수거나 목숨을 빼앗지 마시오!'
그 순간 불똥은 꺼져 들어가는 듯싶었지만, 이내 다시 힘차게 되살아났다.
스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
'용서하시오, 불꽃의 형제여. 그러나 그대가 꼭 내 백성에게 손해를 끼치겠다면, 나는 저들을 지켜야만 하오. 나는 그대에게 부탁도 했고, 간청도 했소. 그리고 이제는 경고하겠소.'
불똥은 바르르 떨었지만 그냥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건물로 날아갔다.
스랄은 엄숙한 표정으로 손을 꽉 쥐었다.
불똥이 반항하듯 너울거리더니 이내 차츰 작아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사그라져 희미하게 반짝이는 불티만 남아 흩날렸다. 그 정도로는 위험할 게 전혀 없었다. 이제는 당분간 걱정을 놓아도 되리라.
그러나 스랄은 마음이 어지러웠다. 원래 주술사는 정령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 주술사와 원소는 서로 존중하는 관계여야만 하지, 협박하거나 조종하거나 급기야 파괴해버리는 관계일 수는 없었다. 물론, 불의 정령은 절대로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는다. 불의 정령은 그 어떤 주술사보다도 훨씬 위대하며, 심지어 주술사들이 여럿 모인다고 해도 결코 상대할 수 없다. 원소의 정령들은 모두 불멸의 존재니까. 그러나 방금 나타났던 불의 정령의 일부분은 너무 비협조적이었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요즘은 전체적으로 정령들이 항상 부루퉁하고 공격적으로 굴기만 할 뿐, 협조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스랄은 그 불똥을 아예 제압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어딘가에서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술사들이 도시를 적실 비를 불러냈다.
스랄은 빗속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빗물이 그의 커다란 녹색 어깨에 쏟아져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모든 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