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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5270
· 쪽수 : 544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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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라일라가 눈을 떴을 때, 눈앞은 온통 붉은빛이었다.
건물에 끼얹어진 페인트처럼 새빨간 색이 아니라 붉은색 색유리를 통해 보는 것처럼 은은하고 부드러운 붉은빛이었다. 눈을 깜빡여 그 색을 없애보려고 했지만 그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켈이 이곳을 레드 런던이라 지칭했을 때 그녀는 다분히 자의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레드 런던은 말 그대로 붉은빛의 세상이었다. 깊이 숨을 들이쉬자 공기 중에 맴도는 꽃향기가 느껴졌다. 백합, 수국, 앵초. 향기는 마치 독한 향수처럼 질릴 정도로 강렬했다. 켈에게 그런 향이 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잠시 뒤 그녀의 감각이 이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나자 향기가 조금 약해지고 색도 흐려졌지만 조금만 숨을 깊이 들이쉬면 다시 후각을 자극해왔다.
라일라는 기침을 하고는 가만히 누웠다. 그녀는 꽤 예쁘장한 붉은색 문-이번에는 붉은색의 진짜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앞의 어떤 골목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코트 아래로 길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가 등을 파고들었다. 켈의 코트. 그것이 마치 날개처럼 넓게 펼쳐진 채 바닥에 퍼져 있었다.
하지만 켈은 보이지 않았다.
라일라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검은 돌이 여전히 약하게 진동하며 그녀의 손안에 들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을 통과했어.’
그녀는 놀라움의 탄성을 내쉬고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정말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완벽했다면 라일라와 켈이 같은 곳에 서 있어야 했다?어쨌거나 그녀는 이곳에 도착했다. 아니 ‘그곳’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 와보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해냈다.
딜라일라 바드가 마침내 모험을 떠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