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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59525690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7-07-06
책 소개
책속에서
무언가가 레온의 발목을 잡았다.
"안 돼!"
그가 소리치며 휙 권총을 돌렸다.
뺑소니 사고 희상자가 피로 떡이 된 손으로 그의 발을 붙잡고는 엉망이 된 자기 몸을 끌어당기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처절한 굶주림의 신음을 흘렸고 그에 화답하듯 반대편의 놈들이 비명을 높였다. 그녀가 군화를 신은 그의 발을 깨물려 하자, 까진 턱 아래로 피가 섞인 침이 줄줄 흘러 가죽 신발 위로 떨어졌다.
레온이 그녀의 등을 쏘았다. 날카로운 폭발성에 그의 발목을 잡은 손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쏘았으니 심장이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희생자는 경련을 일으키더니 다시 도로 위로 쓰러졌다.
레온이 몸을 돌리자 이제 그들은 1.5미터도 되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두 발을 더 쏘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의 가슴에 붉은 꽃송이가 피어났다. 총알 사입구에서 진홍색 피가 튀었다.
멜빵바지 남자는 상체에 난 두 개의 총알 구멍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비틀거리는 걸음은 오직 한 순간 멈칫거릴 뿐이었다. 그가 피투성이 입을 열더니 배가 고프다는 듯 가냘프게 울어대며 다시 양 손을 올렸다. 마치 앞에 선 레온이 굶주림의 고통을 덜어줄 장본인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마약이라도 한 게 분명해. 이 정도 화력이면 코끼리도 쓰러뜨린다고.'
레온이 뒤로 물러서며 다시 한 번 총을 쏘았다. 그리고 또 한 번, 또 한 번. 다음 순간, 빈 탄창이 도로에 떨어졌다. 또 다른 탄창이 철컥 끼워지고, 또 여러 발의 총알이 발사되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악취를 풍기는 몸을 찢어 놓은 총알을 느끼지 못하는 듯 계속 다가오기만 했다. 악몽이었다. 끔찍한 공포 영화였다. 현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것들에게 산 채로 먹혀서 말이다.
'말 해, 레온 케네디. 말 하라고. 좀비라고 말해.'
자동차로부터 점점 멀어지며 레온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겁이 나는 것도 당연해. 나도 그렇거든. 안 좋은 상황이야. 그리고 솔직히 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하지만 셰리 너를 위해서는 옳은 일을 하고 싶어. 그러려면 네가 다칠 수 있는 상황에 널 데리고 가선 안 되지."
셰리가 눈물을 삼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도 같이 가고 싶어요. 언니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꼭 돌아올게. 약속해. 혹시... 혹시 내가 돌아오지 않거든 전에 그런 것처럼 다시 숨도록 해. 누군가 올 거야. 곧 누군가 도와주러 올 거고, 널 찾아낼 거야."
적어도 클레어는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클레어는 솔직했다. 그리고 얼굴에 나타난 표정으로 보아 셰리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클레어의 마음이 바뀔 것 같지 않았다. 어린애처럼 굴며 떼를 쓸 수도 있었고 이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조심해요."
셰리가 속삭이자 클레어가 다시 한 번 아이를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