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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59753925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2-04-06
책 소개
목차
1 행복한 아침 식사
2 바이블
3 구세주
4 선물의 효용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집 앞 골목에 들어섰는데, 우리 집이 평소보다 왠지 살풍경하게 보였다. 날씨 탓인가. 장마철이라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조금 위화감을 느끼면서 현관을 여는 순간, 왜 그렇게 보였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
엄마는 탈의실에 있었다. 목욕탕 문을 열어놓은 채로 납죽 주저앉아 뭐라고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얼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목욕탕 안에는 아빠가 있었다. 즐겨 입는 옅은 노란색 셔츠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입술과 얼굴이 새파랗고 온몸은 축 늘어져 있었다.
죽었다. 아빠의 몸에서 흘러나온 거무죽죽한 피가 사방으로 흐르고 있었다.
“엄마, 구급차!”
나는 소리쳤다.
“엄마, 구급차 불러야지!”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 엄마의 몸을 흔들면서 악을 썼다. 그러나 엄마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엄마는 주저앉은 채 “왜”라고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119번을 누르고 구급차를 불렀다. 묻는 말에 몇 번이나 잘못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오우라와는 저녁때 만나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들떠서 머리도 눈도 말짱했다. 얼른 커튼을 열었다. 어두컴컴한 아침이 하얀 안개에 싸여 있었다. 상문을 살짝 열자 코끝이 찡하도록 싸늘한 공기가 흘러 들어왔다. 아침 풍경 속에 여느 때처럼 오우라의 자전거가 나타났다.
자전거를 세우고 바구니에서 신문을 꺼내 우편함에 넣는다. 한 달이 지나니 손놀림이 제법 익숙하다. 날씨가 추운 탓에 움직일 때마다 오우라의 입김이 하얗게 퍼진다.
“오우라.”
나는 창문을 열고 살며시 불러보았다. 사방이 조용해서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울렸다.
“어.”
오우라는 고개를 쳐들고 싱긋 웃었다. 늘 보는 얼굴. 오우라는 사소한 일에도 정말 기쁜 듯 웃는다. 그런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가 오우라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심히 해.”
나는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두 손을 휘휘 흔들었다.
“응!”
오우라도 오른손을 흔들어 답하고는 평소보다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