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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757220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14-07-28
책 소개
목차
성야의 순례
부성의 순례
증정의 순례
분신의 순례
악몽의 순례
모신의 순례
욕망의 순례
사랑의 순례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잠깐 이것 좀 봐줘.”
그 말과 함께 헨미 유스케, 통칭 보안 선배가 내 눈앞에 내민 물건은 언뜻 얇은 필통처럼 보이는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상자 같은 것이었다.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 물건이 포장지에 싸여 내용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장지에 스티커 형식의 붉은 리본이 달린 모습이 꼭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물론 포장을 하고 리본을 달았으니 누군가에게 줄 선물이란 건 맞겠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오늘이 12월 20일이고 24일까지 며칠 남지 않은 만큼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가 떠올랐을 뿐이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 말 할 처지는 아니었다. 분명 누가 봤을까 부끄러울 만큼 멍하고 넋 나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그녀는 위쪽 차림새와는 분위기가 다른 납작한 스니커를 신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또 희한하게 어울린다고 할까, 묘하게 멋스러워 감탄한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떠올리면 기묘한 차림새, 계절을 무시한 다리 노출, 그리고 힐이 아닌 스니커를 신은 다카치의 스타일은 긴 머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이미 그 무렵부터 완성되었던 셈이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이벤트 시간이 왔습니다.”
“뭐……?” 다카세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반응한 자신을 질책하는 표정. “메인이벤트는 또 뭐야?”
“뭐긴. 오늘 밤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요. 모두 함께 프레젠트를 교환합시다.”
“프레젠트?” 그 단어가 주는 울림이 마음에 들지 않기라도 하는지 다카세가 빈 컵으로 테이블을 쿵 치며 말했다. “뭐야 그게.”
“뭐냐니, 그야 물론.”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이 다카치의 위압에 살짝 기가 죽은 동안에도 나그네만큼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선물이라는 의미입니다만.”
“사전적 의미를 물은 게 아냐. 왜 우리가 선물 교환 따윌 해야 하는 건데?”
“그야 크리스마스니까.”
“당신, 크리스천이었어?”
“아니. 하지만 꼭 크리스천들만 선물을 교환하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런 법이 있는 건 아니어도 원래는 그래.”
“으응? 그 말씀은?”
“그러니까 구세주의 탄생으로 교인들의 죄가 씻기고 구원을 얻는다는 게 기독교의 기본 교리잖아. 그리스도의 탄생이라는 신의 선물을 기념해 교인들도 자그마한 선물을 서로 교환한다. 그게 크리스마스 선물의 본래 의미라고.”
“호오. 그런가. 처음 알았네. 다카치는 크리스천이야?”
“그럴 리가. 난 무신론자야.”
“오. 이거 기이한 인연이로군. 실은 나도 그래.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죽이 잘 맞나?”
“죽이 잘 맞기는커녕, 이 손에 한 번 맞아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