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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6983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3-02-2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혹시 내가 잊은 것
빨간 말보로 13
기도 1 14
돈오頓悟의 술자리 16
딥 페이크 시대 18
사랑도 차력처럼, 차력도 기도처럼 19
부부 싸움 20
손발 노동 22
술 취한 재언이 형 24
시간은 계속해서 가고 있다 26
약 타러 가는 길 27
우리가 정말 사랑했다면 1 28
잠시 있었다가 잠시 후 사라지는 29
유언 1 30
어떻게 죽을까 32
그날이 오면 33
제2부 너를 통해 깨닫고 있어
데자뷔 37
그날 38
기다림 40
밤 열차 42
건강한 퇴근길 44
삼월의 바람은 얍삽하다 46
세레나데 48
시간 50
올곧지 못한 소나무 52
유언 2 53
우리가 정말 사랑했다면 2 56
이기적인 58
할머니 꽃 마트 59
일 60
지금이 바로 문득 당신이 그리운 때 62
평온당 3층 64
제3부 우리 모두는 사실 다 같아
굳은살 69
그 흔한 간이역 70
기도 2 71
긍정의 힘 72
김수환 74
눈치 76
베이커리 옥토버 78
부부는 때론 지치기도 하지 79
윤재 80
생일, 삼백육십오 일 중 어느 하루 82
영순 할머니 83
아내의 설법 84
어느 순수한 아침 86
우리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88
유언 3 89
장수보쌈 92
인과관계 94
제4부 그대들도 잠시 잊고 있다
거울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97
고깃국에 이밥이 곧 지상낙원이었는데 98
내가 신이다 100
동전의 기하학적 특성과 철학적 가치에 대하여 102
득도 104
기도 3 106
바로 그것 107
실존의 증명 108
어떤 날 109
연기緣起 1 110
정의定義 111
할머니 심부름 112
죽음의 3원칙 114
지금, 어디에 있는가 116
패트리어트 게임 117
하도급 사회 118
해설
이승하 이 서럽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시인이여 11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유언 1
―아내에게
날이 그래도 선선하고 하늘이 좀 더 높아 보이는, 정말 맑은 가을이었으면 좋겠어. 죽는 날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면 말이지. 그래 생각해 보면 그리 짧은 시간만은 아니었어. 당신에게 기대어 살았던 그 많은 날들에게 감사해. 지금 이 순간 가슴 깊이 켜켜이 쌓아 둔 복잡다단했던 지난날이 그리워.
당신은 모르겠지만 음…… 내게 남은 날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때는 오로지 당신을 생각하는 그때야. 그날이 얼마나 남아야 부족하지 않을까. 지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들 이 슬픔이 곧 별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은 빨리 눈물을 닦고 이제 서서히, 그리고 담대하게, 차분히 이 현실을 품어 안아야 한다는 얘기일 거야.
사실은, 꼭 별처럼 반짝이며 달처럼 은은하게 항상 당신을 비춰 주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못하고 당신에게 무심히 살았던 아픈 지난날에 미안해.
이제 그날이 곧 와. 그 다가온 그날을 미소로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는 것은 그간 잊힌 많은 것들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했으면 해. 그리고 남겨진 모든 것이 또 지나간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이라 생각했으면 해.
이 글을 보게 될 즈음이면 난 이미 없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그간 말은 못 했지만 지난날에도 사랑했었고 이후 또 어디에선가도 사랑하는 당신을 그리며 내 그 따뜻한 눈길이 햇살이 되어 비출 거야. 내가 떠난 뒤 또 해가 들거들랑, 햇볕이 내리쬐거들랑 그 햇살이 곧 내 숨결이라 생각해 줘.
지난 모든 날이 멋지지만은 않아서 미안해. 하지만 잊지 말았으면 해. 우리가 함께했던 그 많은 날들이 생각해 보면 어제 일처럼 가깝게 느껴질 만큼 아직도 생생하다는 것을. 그리고 내게 그날들은 불행보다 행복이 훨씬 컸다는 것을.
이제 정말 그 시간이 오려나 봐. 내가 전에 당신 손을 꼭 잡고 얘기했던 그 시간.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 시간이지만, 그래도 대범하게 맞고 싶어. 지금 이 시간, 얘기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야.
그동안 고마워.
잊지 말아 줘.
힘든 여정을 함께한 나의 아내여.
사랑한다 나의 아내여.
영원히 잊지 못할 나의 아내여.
화자가 누군가를 영결하고 있다. 아픈 가족을 먼 하늘나라로 배웅하고 있다. 특히나 가족은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진다. 이별이 아니라 사별이다. 10년을 같이 살다 헤어질 수 있고 50년을 같이 살다 헤어질 수도 있다. 화자는 아내에게 작별을 고하기도 한다. 유서를 세 통 쓰는데, 한 통은 아내에게, 한 통은 딸에게, 한 통은 아들에게 남기는 것이다. 아내 앞으로 쓴 유서는 심금을 울린다. 이 시 앞에서 어느 독자가 눈물짓지 않으랴.
―해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