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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23108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07-02-28
책 소개
목차
서문
Ⅰ. 추억의 샅자리
수국(水菊)
음악회
가래떡
기억의 저편
어머니의 반생기
추억 된장
Ⅱ. 남취당 일기
메주
시래기
김치 담그기
고구마꽃
선물
내가 하고 싶은 것
돌담
배려
아들아
돈나무
남취당 산고(散考)
삼팔 광땡
개판
봄·뜰·산
일요일
세상 밖으로
집 밖의 남자, 집안의 여자
페미니즘의 변(辯)
수반(水盤)
가시버시
차 사고 이야기
Ⅲ. 강화(江華)-두레삶터
전등사의 가을
마음의 설법(說法)
차향따라
밴댕이
정수사(淨水寺)
거꾸로 지은 집
할미꽃
자운당(紫雲堂) 일기
산길에서
명상마을의 꿈
희유한 인연
웃음의 묘약
얘들아
부모님전 상서(上書)
시간의 성(城)
Ⅳ. 전원 점묘(點描)
여러 가지 사진과 수상의 글
책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는 '조각보 만들기'이다. 삼베나 무명천에 황토나 숯 따위로 천연염색을 하고, 이것을 한 땀씩 바늘로 기워 보자기를 만드는 것이다. 앙증맞은 차받침이나 창문 가리개나 벽 드리개를 보면 참 마음이 설렌다. 하찮은 저 천 조각들이 어쩌면 저렇게 훌륭한 보자기로 탄생할 수 있을까. 우리 사람살이도 그러할까. 개인으로 볼 때는 대단찮은 위인들이 하나의 굳건한 단체나 공동작업 과정에서 보여주는 힘도 그러한 것일까. 조각 보자기가 가지는 혼합의 아름다움은 천 자체일까, 아니면 바늘과 실의 공교한 결합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다림질의 정연한 다스림에 있는 것일까.
중학생 시절, 바느질을 아주 잘한다는 가정 선생님의 인정 넘치는 칭찬은 내 심장을 물들였다. 그 칭찬 때문일까. 지금도 침선공예(針線工藝)와 조각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버려야 할까? 예전에 한 번도 시도하지 못한 일을 오늘 하는 것은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내가 하고 싶은 또 다른 일은 여행이다. 외진 서해의 섬 속에 틀어박혀 말끝마다 예가 최고입네 하지만, 기실은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배가본드의 반항적 기질을 역설적으로 드러냈을 뿐이다. 부대낌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저 구름이 흘러가는 곳으로 정처 없이 떠나고 싶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풍정을 만끽하고 싶다. 여행은 지난 삶의 흔적을 지우는 지우개이다. 저 산은 나를 오라 부르고 저 강은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라 한다. 나는 오늘도 꿈속에서 봇짐을 싸고 있다. - '내가 하고 싶은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