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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0512719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하나가 보내는 편지
시작하며
가슴과 이별하다
우연의 선물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
괜찮아 울지마
"엄마, 찌찌 사 줄게"
딸과의 약속
마지막 날들
하나와 미소시루
야스가 보내는 편지
엄마와 하나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현미 레시피
리뷰
책속에서
왜 암과 가족을 주제로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걸까. 아마 전하고 싶은 게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나뿐인 딸 하나에게는 물질보다는 마음속의 풍요로움이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치려 했다. 과소비하지 않고 편리한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는 생활, 그리고 힘차게 살아가는 힘을 몸에 익히도록 했다.
2003년 12월 10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나는 컴퓨터를 켰다. 치에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제일 먼저 치에의 메일을 클릭한 순간, 내 머릿속은 완전히 하얘졌다. '재발'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날아와 박혔다.
글 말미에'나는 괜찮아요. 당신도 평소처럼 지내요.'라고 쓰여 있었다.
암이 재발해 가슴에서 왼쪽 폐로 전이되었다. 1.9×1.3센티의 작지 않은 크기다. 치에는 재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며칠 동안 숨기고 있었다. 침울해 할 내 모습을 떠올리며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이다. 말을 꺼내지 못한 채 혼자서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메일을 보자마자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미안해요."
치에는 슬픈 표정으로 사과의 말을 건네면서도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하나와 치에를 양옆에 끌어안고, 머리를 숙인 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천진난만한 하나의 웃음소리만 집안에 울렸다.
"여태 안 자고 있었어? 얼른 자.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들켜 버렸네."라며 치에는 혀를 내밀었다. 텔레비전을 끄고 나는 치에 옆에 바짝 붙어 누웠다. 그러고는 이마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올해는 분명 백팀이 이길 거예요."라며 치에는 눈을 감았다. 이마는 따뜻했고 표정은 온화했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앞으로도 계속 셋이서 함께 <홍백노래대결>을 보고 싶다. 아니, 무조건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치에의 잠자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