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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60532205
· 쪽수 : 412쪽
책 소개
목차
1. 용천 탈출
2. 명의(名醫) 유의태
3. 산(山)사람 칠 년
4. 아들의 눈물
5. 야화(野火)
6. 비인부전(非人不傳)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디서 소문이 퍼졌는지 문간의 기생들 뒤로 집안에 술상 심부름하는 중노미놈하며 부엌데 기들과 이웃 간에서도 몰려온 여러 얼굴들이 방문 밖에 가득히 웅성거리며 살기 어린 방 안 의 광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차례를 바꾸올지?”
양예수의 이마의 진땀을 건너보며 유의태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어렸다.
“호침까지의 경지에 이른 의원이라면 나으리의 말대로 조선팔도 안에 삼태기로 건질 만큼 많을 거외다. 하나 나라 안 첫째 솜씨라면 마저 둘을 찔러야겠지요. 찔러도 닭이 아파하지 않는 곳, 이걸 몸 안에 찔린 채로 닭이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은 어디서 어디로 찔러 야 하오니까?”
양예수의 핏기가 가셨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모르시오? 바로 여기외다.”
유의태의 장침이 닭의 꼬리 쪽에서 깊숙이 몸통 쪽으로 박혀갔다.
- 상권
행랑방에서 잠들고 있던 임오근은 때 아닌 시각에 큰사랑 쪽에서 터져나오는 청지기의 고함 소리에 튕겨 일어났다. 무어라 거푸 다급하게 소리치는 속에서 임오근이 들은 건 성대감의 영문을 묻는 노성에 “정경부인 마님께서 정경부인 마님께서……”하고 경황 없이 안방 병자 를 지칭한 외침이었다.
임오근이 뛰쳐나가자 성대감 들이 안채로 달려가고 있었고 안채 쪽이 왁자했다. 그 북새통 에 끼어 달려간 임오근은 그 안채 병자의 방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 소리에 기가 질리고 말 았다.
성대감이 열어젖힌 그 방 안에는 반신불수에서 가까스로 자리에 일어나 부축받은 채 매듭이 나 맺다 풀었다 하더니 노마님께서 허준이 야차夜叉 같은 모습으로 “일어서시오”를 연호連呼 하고 있는 그 앞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있었다.
부축하려는 딸을 허준이 고함쳐 내치자 이윽고 노마님은 허준의 유도를 따라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두 다리를 후들거리며 대청마루로 나서고 있었다.“손 내리지 마시오. 무릎 을 드시오. 더 더 무릎을 드시오. 고개를 드시오.”
허준의 고함과 자기 눈을 의심하는 그 경악에 찬 가족들의 눈길 속에서 반신불수였던 마님 이 허준을 따라 육간대청을 한 바퀴 돌며 마구 눈물을 쏟고 있었다.
감격한 아들과 딸이 어머니를 외쳐댔고 성대감이 “허의원, 허의원!” 하고 체모도 잊은 채 허준을 쓸어안았다.
- 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