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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60532199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2-03-15
책 소개
목차
상권
1. 용천 탈출
2. 명의(名醫) 유의태
3. 산(山)사람 칠 년
4. 아들의 눈물
5. 야화(野火)
6. 비인부전(非人不傳)
중권
7. 걸승(乞僧) 김민세
8. 한양으로
9. 스승의 부름
10. 대결
11. 밀양 천왕산
12. 내의원(內醫院)
하권
13. 정면대결
14. 면천(免賤)
15. 칠 년 전쟁 속에서
16. 미사(美史)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행랑방에서 잠들고 있던 임오근은 때 아닌 시각에 큰사랑 쪽에서 터져나오는 청지기의 고함 소리에 튕겨 일어났다. 무어라 거푸 다급하게 소리치는 속에서 임오근이 들은 건 성대감의 영문을 묻는 노성에 “정경부인 마님께서 정경부인 마님께서……”하고 경황 없이 안방 병자 를 지칭한 외침이었다.
임오근이 뛰쳐나가자 성대감 들이 안채로 달려가고 있었고 안채 쪽이 왁자했다. 그 북새통 에 끼어 달려간 임오근은 그 안채 병자의 방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 소리에 기가 질리고 말 았다.
성대감이 열어젖힌 그 방 안에는 반신불수에서 가까스로 자리에 일어나 부축받은 채 매듭이 나 맺다 풀었다 하더니 노마님께서 허준이 야차夜叉 같은 모습으로 “일어서시오”를 연호連呼 하고 있는 그 앞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있었다.
부축하려는 딸을 허준이 고함쳐 내치자 이윽고 노마님은 허준의 유도를 따라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두 다리를 후들거리며 대청마루로 나서고 있었다.“손 내리지 마시오. 무릎 을 드시오. 더 더 무릎을 드시오. 고개를 드시오.”
허준의 고함과 자기 눈을 의심하는 그 경악에 찬 가족들의 눈길 속에서 반신불수였던 마님 이 허준을 따라 육간대청을 한 바퀴 돌며 마구 눈물을 쏟고 있었다.
감격한 아들과 딸이 어머니를 외쳐댔고 성대감이 “허의원, 허의원!” 하고 체모도 잊은 채 허준을 쓸어안았다.
(상권 336~337쪽)
이에 너 허준은 명심하라. 염천 속에서 내 몸이 썩기 전에 지금 곧 내 몸을 가르고 살을 찢어 사람의 오장과 육부의 생김새와 그 기능을 똑똑히 보고 확인하고 사람의 몸속에 퍼 진 삼백예순다섯 마디의 뼈가 얽히는 이치와 머리와 손끝과 발끝까지 퍼진 열두 경락과 요소를 살피어 그로써 네 정진의 계기로 삼기를 바라노라.
읽기를 마친 허준은 복받치는 감동과 비통함에 다시 유의태에게 엎드려 울부짖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사오리까. 버려진 시체가 있다 하기 기대한 것이옵지 어찌 그것이 스 승님인 줄 알았으……리……까.”
무너진 허준의 손에서 안광익이 유의태의 유서를 뽑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허준의 가슴은 터질 듯했다.
‘유의태! 유의태!’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는 스승의 손목을 움켜쥐고 허준은 숨이 막힐 듯했다.
지난날 그가 아들 도지에게 말했던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는 말이 이제야 새삼 허준의 가 슴 복판에 마치 불덩이처럼 되살아나 뜨겁게 뜨겁게 담금질하고 있었다. 배워서흉내 내는 재주도 아니며 한 권 책 속에 담긴 지식도 아니다. 스승은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죽여 자기 에게 물려준 것이다.
(중권 279~280쪽)
“스승님을 더 이상 욕되게 하고 싶지 아니하니 손목 자르시오.”
“여부가 있느냐. 이미 네 거짓말은 다 드러났은즉, 네 스승이 어떻다 저떻다 해도 그 유의 태란 자의 허세도 다 까발겨진 것이다! 핫핫핫.”
“……!”
“네가 영리하여 의서의 내용을 남보다 더 기억하여 비록 취재를 보는 과장에서의 성적이 뛰 어났을지 모르되 네가 유의태의 수하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네 얄팍한 재주를 이미 꿰뚫 어보고 있었더니라. 훗훗훗.”
“……위의 모습은……”
하고 양예수의 웃고 있는 얼굴을 정시한 채 허준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허준의 온몸에 피비린내가 풍겨나기 시작했다. 나흘 밤 사흘 낮 천황산 빙곡의 바위 굴에서 맡고 맡고 또 맡았던 스승 유의태의 몸에서 쏟아지던 그 뜨거운 피비린내가……
“사람의 위는 목구멍으로 한 자 여섯 치를 내려가면 심창골과 배꼽 중간에 각 네 치에 뻗쳐 위치했으며……”
일동이 숨을 삼키기 시작했다.
“위의 길이는 한 자 여섯 치며 꾸불꾸불한 것을 모두 펼치면 두 자 여섯 치이며 크기는 한 자 다섯 치요 지름이 다섯 치로써 물과 곡식 서 말 닷 되를 받을 수 있고 늘 차 있는 음식 물이 두 말이요. 저장된 물이 한 말 닷 되올시다.”
양예수의 얼굴에서 조롱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허준이 계속했다.
(하권 149~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