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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L

레이디 L

로맹 가리 (지은이), 백선희 (옮긴이)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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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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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레이디 L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60901605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13-04-30

책 소개

로맹 가리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이념과 대의와 변혁의 구호가 판치던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매력적인 아나키스트와 아름답고 열정적인 빈민가 처녀, 그리고 보헤미안에 괴짜이지만 애정과 배려가 넘치는 한 영국 귀족의 관계를 다룬 역사 로맨스 소설이다.

저자소개

로맹 가리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젊은 시절 여러 잡지에 단편을 기고하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 1962년 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미국에서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서 확고한 명성을 구축했다. 유명해진 자신에 대한 외부의 기대와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순 살이 되던 1974년 에밀 아자르라는 또다른 필명으로 『그로칼랭』을 발표했다. 이 작품으로 프랑스 문단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아자르는 파리 좌안의 고골, 어둠에 잠긴 파리의 푸시킨”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듬해 역시 같은 이름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해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라는 두 문학적 정체성 사이에서 기묘한 줄다리기를 해나가던 그는 자신이 에밀 아자르임을 밝히는 유서를 남기고 1980년 12월 2일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실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전 세계 문학계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고, 로맹 가리는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다는 공쿠르상을 중복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문학 거장의 진면목을 확인케 하는 로맹 가리의 걸작 단편선이다. 열여섯 편의 기발하고 신랄한 소설들은 삶의 모순과 인간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적발하고 풍자함으로써 심오한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표제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1968년 로맹 가리가 직접 연출을 맡아 영화화되었고, 그의 아내이자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배우 진 시버그가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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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희 (옮긴이)    정보 더보기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제3대학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로맹 가리의 『노르망디의 연』 『레이디 L』 『흰 개』 『마법사들』 『내 삶의 의미』 『밤은 고요하리라』 『하늘의 뿌리』, 밀란 쿤데라의 『자크와 그의 주인』 『웃음과 망각의 책』, 파스칼 키냐르의 『사랑 바다』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실뱅 테송의 『노숙 인생』 『랭보와 함께하는 여름』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이스마일 카다레의 『카페 로스탕에서 아침을』 『떠나지 못하는 여자』 『잘못된 만찬』, 그 밖에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 『목마른 여자들』 『책의 맛』 『폴 발레리의 문장들』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파졸리니의 길』 『울지 않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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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레이디 L은 자연이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화가들이 자연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버린 것이다. 터너는 빛을 훔쳤고, 부댕은 대기와 하늘을, 모네는 흙과 물을 앗아갔다. 이탈리아, 파리, 그리스는 벽마다 내걸리더니 이제 진부해지고 말았다.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으면 사진으로 찍혔고, 온 땅덩어리가 너무 많은 손길이 옷을 벗긴 여자들의 손때 묻은 모습을 점점 닮아갔다. 어쩌면 그녀가 너무 오래 산 건지도 몰랐다.


짙은 눈, 섬세하면서 명확한 윤곽을 그리는 그녀의 코(`그녀의 코를 보고 저마다 “귀족 코”라고들 했다) 그녀의 미소(그 유명한 레이디 L의 미소)는 아직도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모두가 돌아보게 만든다는 걸 그녀도 알지만 부질없었다. 예술에서도 그렇듯이 인생에서도 스타일이란 더는 내놓을 게 남아 있지 않은 사람들의 최후의 은신처일 뿐이라는 것을, 자신의 아름다움이 화가에게는 여전히 영감을 줄 수 있지만 연인에게는 결코 영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도 잘 알았다. 여든 살이라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레이디 L은 생물의 성적 행동에서 선과 악의 준거는 결코 보지 못했다. 그녀에겐 도덕이 그 수위에 자리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그녀가 보아온, 벽에 그려진 성기 낙서가 지금까지도 소위 영예로운 전쟁터보다 무한히 덜 외설스러워 보였다. 그녀에게 포르노그래피란 인간이 제 괄약근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을 피로 물들이는 정치적 극단주의였다. 손님이 매춘부에게 강요하는 요구들은 경찰 체제의 가학성 취미에 견주어보자면 순결함이요 순진함이었다. 감각의 음탕함은 사고의 음탕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요, 성적 변태와 포르노 총서는 강박증을 끝까지 몰고 가는 사상의 편집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요컨대 인류는 엉덩이보다는 머리로 불명예에 도달하기가 더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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