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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0903005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달걀이 좋아
요네하라 가문의 먹보 전설
프라하 추억의 흑빵
크네들리키
소비에트 학교의 방학 캠프
붉은 엘리트의 피서지
아버지의 요리, 어머니의 요리
내가 참 좋아하는 언니 사진
요네하라 마리가 시인이었을 때
직업은 무용수
언니의 화장법
술 대신 차
털북숭이 가족들
나는 요리의 길로
언제나 곁에는 책
여행자의 아침식사
맺는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강단 있는 에세이를 쓰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해설가로서 거침없는 발언을 하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언니는 겁쟁이였다.
‘겁쟁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 모르겠다. 언니는 결코 주뼛대는 아이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학교에 다닐 때도 다른 사람 앞에서 언니가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학예회에서도 제 흥에 겨운 발레를 지겹도록 춰대던 아이였다. 도쿄에서도 프라하에서도 놀 때는 스스럼없이 나서서 아이들을 진두지휘하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단지 새로운 것, 미지의 체험에 대해서는 뒷걸음쳤다. 마리가 ‘후가후가 할배’라고 불렀던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도깨비에 겁을 냈고, 식구들이 다 같이 지붕 위에 올라가 다마가와 불꽃놀이를 볼 때도 마리는 겁에 질려 매번 사다리 중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결국 불꽃놀이 구경을 포기했었다.
이때도 돌아가는 길조차 모르는 와중에 언니는 각오를 다졌으리라. 아마도 외국에 와서 말도 못 알아듣는 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동생을 지켜야 한다고 마음에 새겼는지 모르겠다. 마리는 내 손을 꼭 붙들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언니에게 기대지 않는 나도 이날만은 ‘마리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