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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60902916
· 쪽수 : 1588쪽
· 출판일 : 2017-01-15
책 소개
목차
『프라하의 소녀시대』(이현진 옮김)
『마녀의 한 다스』(이현진 옮김)
『미식견문록』(이현진 옮김)
『교양 노트』(김석중 옮김)
『속담 인류학』(한승동 옮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비에트 학교 선생님들은 제자의 재능을 발견하면 과장될 정도로 법석을 피우는 버릇이 있다. 너무 좋아서 그 기쁨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는 듯이, 동료와 반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음악 담당 이바노브나 선생님과 일리치 선생님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에도 당장에 이 기쁨이 전염되어 그런 재능 있는 아이와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에 마음으로부터 행복해하곤 했다.
다른 이의 재능에 이렇게 사리사욕 없이 축복해주는 넓은 마음, 사람 좋은 성향은 러시아인 특유의 국민성이 아닐까 하고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4반세기나 지나서다. 러시아어 통역으로 많은 망명 음악가와 무용가를 접했는데 그들은 내게 이런 얘기로 망향의 한을 풀어놓았다.
“서구로 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 이것만큼은 러시아가 뛰어났다고 절실하게 느낀 게 있어요. 그건 재능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죠. 서구에선 재능이 자기 개인에 속하는 것이지만, 러시아에선 모든 이의 재산이랍니다. 그러니 이곳에선 재능 있는 자를 시기해서 어떻게 하면 끌어내릴까 안달이죠. 러시아에선 재능 있는 자는 무조건 사랑받고 모두가 받쳐주는데…….”
-『프라하의 소녀시대』
이문화를 포용하는 새로운 세계관이나 사고방식이, 나아갈 길을 잃은 사회나 문명에 돌파구를 열어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리라.
이단은 완결된 것처럼 보이는 세계에 구멍을 내준다. 늘 보아온 풍경을 달리 보게 하고, 신선한 면을 보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의나 상식으로 여겨져온 것을 뒤집는 위협도 숨기고 있다.
-『마녀의 한 다스』
식도락으로 몸이 상하셨는지 삼촌은 만년에 당뇨병으로 고생하셨다. 대식가인 삼촌에게 맛있는 것을 못 먹는 건 참기 힘든 일이었으리라. 그래도 내가 찾아가면 삼촌은 정성을 다해 식사 계획을 짜주셨다. (…) “삼촌이 위독하시단다. 앞으로 열흘이나 견딜 수 있으실지.”
숙모의 전화를 받고는 그날로 삼촌을 찾아 뵈러 오사카로 달려갔다. 이미 의식이 몽롱하신지 내가 병실에 들어가도 모르셨다. 두세 시간 동안 숙모를 위로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삼촌이 가늘게 눈을 뜨셨다.
“마리가 왔니?”
“비행기로 돌아갈 거니?”
“아니오, 신칸센으로요.”“그러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삼촌은 눈을 감고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역 도시락은 팔각도시락으로 해라…….”
내게는 이 말이 그 일주일 뒤 세상을 뜨신 삼촌이 남긴 마지막 말씀이 되었다.
-『미식견문록』
우리는 언뜻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눈을 크게 뜨고 주시하기보다는 그냥 지나쳐버릴 때가 많다. 하지만 사소하고 하찮게 여겼던 것이 사실은 거대한 보물일 때도 있고, 그 안에 절대적 힘이 숨겨져 있을 때도 있다.
-『교양 노트』
이럴 때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보지도 알지도 못 했던 타인이 실은 같은 핏줄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가슴 설렘과 닮았다. 역사도, 지리적·기후적 조건도, 문화도 전혀 다른데 같은 문구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건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고 흥분하는 것이다.
-『속담 인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