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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906365
· 쪽수 : 252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하는 연민과 사랑 같은 것
1 날마다 상상하고 질문한다는 것
도끔밥 조깔 치킨빵—우리 집 밥상 이야기
내 옷이 어때서요—가쿠타 미츠요의 옷 입는 방법
여행 가방 속의 ‘나’—길에 대한 상상과 새해 인사법
사기당한 날의 노트—크리스토퍼 울의 <무제>
이제 돌아가는 건 글렀지만—삶을 파헤치는 정다운의 방식
2 사랑의 다른 이름들
베란다의 기적—시인농부와「물병자리 아래서」
붓 하나면 나는 만족해요—모드 루이스의 그림들
다정하고 따뜻한 미래—정세랑이 발견한 사랑
빌어먹을 딸들—<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
3 출렁거리는 여자들
창조하는 눈은 아름답다—낸 골딘・비비안 마이어・신디 셔먼의 셀프 포트레이트
내 몸이 어때서요—김언희와 한나 윌키
울어도 괜찮습니다—이주란과 눈물들
밤의 이끌림—「죽은 자의 휴일」과 산 자의 손길
4 다 같이 잘살면 안 되나요
가난은 공기와 같아서—「손톱」과 <기생충>, <어느 가족>
너무 늦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것들—도나 해러웨이와 김혜순
그를 사랑하는 나도 괴물인가요—「모조 지구 혁명기」와 <셰이프 오브 워터>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d」와 ‘사탕 더미’
우리의 뒷모습—신해욱과 요정들
5 미치지 않도록, 책
돋보기를 들어야 볼 수 있어요—브론테 자매의 작은 책들
‘스푼’이 될 책—「코딱지 왕」의 미래
사랑스러운 곰팡이들—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
시싱허스트 정원의 ‘벽’—비타 색빌웨스트가 정원을 가꾸는 이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혼밥도 좋고, 가정식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빈 접시다. 빈 접시를 보며 취할 수 있는 나른한 휴식의 자세가 좋고, 고민은 잠깐 미뤄두었다가 적절한 식사 후에 다시 생각해보면 된다. 입가심으로 먹는 차가운 맥주나 과일 한 쪽의 풍요가 감사하다.
중년에 들어서면 자신이 인생에 사기당했음을 덜컥 알게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공허함이 뒤통수를 가격하는 때를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안 아픈 척 고상하고 우아하게 버텨야 하는 것이겠지. 담요 속의 안락한 고양이도 아니고 자유롭고 배고픈 길고양이도 아닌 것. 굳이 비유하자면 더러운 가죽 가방 속에 든 힘없는 고양이랄까. 그런데 그 가방은 강물 속에 빠져 있다. 곧 목까지 물이 차오를 것이고. 손끝에만 닿아도 싫은 물이 자신의 온몸을 축축하게 적시기 시작할 것이다. 이야옹 마지막 울음은 물고기에게 나 들릴까.
인정하기 싫어도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뼈아프게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은 태어났나 보다. 아이들의 성장과 뜬금없는 질문, 답 없음은 ‘나’의 거대한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어쩌면 삶의 한가운데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분열과 망상과 헛소리로서 나의 글쓰기는 어딘가를 헤매고, 무엇을 더듬고 있을 텐데 도대체 그게 뭐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