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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는 갈대밭

숨죽이는 갈대밭

이병욱 (지은이)
월간문학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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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는 갈대밭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숨죽이는 갈대밭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1383295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6-07-15

책 소개

이병욱 소설집.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중상을 입고 제대한 뒤 삶이 왜곡되기 시작한 어느 사내, 교내폭력이 마치 조폭들의 전쟁처럼 벌어지는 어느 고등학교, 시신을 낱낱이 잘라 독수리들에게 보시하는 라싸의 천장사 등… 간단치 않은 삶의 이야기들이 단편 12편에 담겨 있다.

목차

작가의 말 004
01_ 숨죽이는 갈대밭 / 7
02_ 달나라 / 29
03_ 외출 / 69
04_ 박쥐가 된 아이 / 89
05_ 라싸로 가는 길 / 109
06_ 떠나온 그 겨울 / 129
07_ 두 개의 밧줄 / 151
08_ 노려보기 시작했다 / 169
09_ 그분을 기억한다 / 193
10_ 가섭 별전 / 215
11_ 승냥이 / 235
12_ 잡초 / 255

저자소개

이병욱 (지은이)    정보 더보기
교직을 2004년 봄에 명퇴한 건 ‘소설을 마음껏 써 보고 싶은 갈망’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소설은 쓰이지 않았다. 방황하기를 몇 년여, 자존심이 끝 모를 데까지 추락한 순간 기적처럼 소설이 쓰이기 시작했다. 약 10년 동안에 쓴 단편소설들 중 12편을 추려서 첫 작품집‘숨죽이는 갈대밭’(2016년)을 냈다. 그 후 2년 동안 중단편소설을 7편 써서 두 번째 작품집‘K의 고개’(2018년)를 냈다. 한 1년 쉬었다가 이번에는 장편소설 쓰기에 도전, 이렇게‘세 남자의 겨울’(2022년)을 내게 되었다. *춘천 출생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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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푸른 하늘 아래, 본부의 연병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태양의 무수한 조각들이 땅바닥과 야자수의 푸른 이파리들과 쇳덩이 포신들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눈이 부셨다.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는 걸어가고 있었다. 월남의 태양은 강인했다. 철모를 부술 듯 하늘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영내 가득히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나는 눈을 잔뜩 찌푸리고 걸었다. 온몸의 세포들이 꿈틀대는 게 역력했다. 밀림의 모기들처럼 군복을 사정없이 꿰뚫고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 땀이 흘렀다. 영내는 넓었다. 적막은 넓었다.
적막 속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내 발끝에 무엇이 걸렸다. 나는 눈을 거의 감은 채로 그것을 걷어차 버렸는데…… 고막의 한계를 넘는 폭음과 함께 미쳐 날뛰는 한쪽 다리와 태양을 보았다. 걷어찬 것은 수류탄이었다. 적막은 찢어졌고 찢어진 틈새로 태양의 비늘들이 가득 퍼부어졌다.
그리고 내게도 훈장이 수여됐다. 정말 애매한 훈장이었다. 내 손아귀에 들어가는 그 쇳덩어리의 면적은, 내 한쪽 다리와 한쪽 눈알을 보상해주기엔 너무 좁아 보였다.
―『숨죽이는 갈대밭』 중에서


그 때 걔가 나지막하게, 그러나 분명한 발음으로 내뱉었다.
“씨발 놈들아, 조용하지 못 해?”
점심시간이었다. 애들 대부분이 미리 도시락을 먹었으므로 정작 그 시간에는 여기저기 몰려 앉아 떠드느라 바쁜데 그렇듯 걔가 쌍소리를 내뱉은 거다. 전체를 상대로 한 쌍소리는 처음이었기에 교실은 찬 물을 끼얹은 듯 일시에 조용해졌다. 미처 못 들은 애들이 ‘누가 뭐라는 거야?’작은 소리로 쑤군댔다. 그러자 걔가 다시 한 번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씨발 놈들아, 내 잠 깨울 거야?”
교실은 완전히 평정되었다. 쌍소리의 출발지를 확실하게 두 눈으로 확인한 애들은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고 몸을 움츠렸다. 복도 쪽 분단의 맨 뒤에 앉은 거대한 체구의 존재가 무섭게 노려보는 데에야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나는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걔의 그 쌍소리를 등 뒤로 생생하게 들었다.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던 맹수의 으르렁거림 같았다고나 할까. 초식동물들처럼 일제히 기죽던 가여운 우리 반 애들.
나는 떠들고 있던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니 걔의 낮잠을 깨운 씨발 놈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애써, 편치 않은 자존심을 자위하며 앉아 있는데…… 건너편 창가 분단의 맨 뒤에 앉은 큰 애가 자존심의 손상을 견디기 어려웠던지 한 마디, 그러나 조심스레 쌍소리는 빼고 내뱉었다.
“원, 나 참!”
걔의 처사가 못 마땅하다는 소리였으므로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쪽과 걔를 번갈아 살폈다. 걔는 책상에 상체를 엎드린 채로 그 창가 쪽을 사납게 노려보며 다시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뜳어? 씨발 놈아?”
그 말에 창가 쪽의 큰 애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며 침묵했다. 그 순간 우리 반에서 가장 주먹이 센 애가 누구라는 게 결정된 것이다.
―『달나라』 중에서


나비 나라를 사분지 일쯤 봤을 때, 기분 나쁜 이상한 소리가 나지막하게 그의 귀에 들렸다.
누렁개가 허연 이빨을 드러낸 채‘나비 나라’밖에서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입구 쪽을 보았다. 다행히 미닫이문이 닫혀 있었다. 누렁개가 침까지 질질 흘리며 신음하듯 으르렁거렸다.
‘이거, 어떡해야 하나!’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누렁개도 밖에서 따라 움직였다. 나비 나라 구조물이 둥근 유리통 같은 형태라, 서로를 보며 빙빙 도는 꼴이었다. 누렁개 목에는 이 미터 남짓한 줄이 달려 있었다. 어딘가에 매여 있다가 줄이 끊기며 이곳으로 달려온 게 아닐까?
바깥, 오십여 미터 전방에 조립식 주택이 하나 있었다. 여기 행복 생태학교 교장의 사택으로 여겨지는 그 주택의, 개집에 줄로 매여 있었던 개일 듯싶었다. 그는 주택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무도 그 주택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가 정문 옆 쪽문을 통해 들어올 때부터 자신의 발걸음 외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행복 생태학교 교장이 가족과 함께 읍내로 일 보러 나간 것일까? 최소한의 보안을 위해 누렁개 한 마리 남겨 놓고서.
‘그래서, 방문 전 예약해 달라고 홈페이지에 밝혀 놓았던 걸까? 젠장! 그러려면 그 문장 앞에 반드시라는 부사를 적었어야지!’
누렁개와 그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눈길이 마주쳤다. 파란빛으로 적의에 불타는 누렁개 눈깔. 그를 도둑으로 여기는, 터무니없는 오해라니…….
‘행복 생태학교 약 2KM’란 팻말을 보고 어귀로 들어섰을 때부터 터무니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무엇 하나 마음 편하게 그를 맞아주질 않았다. 그는 ‘아악!’외마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외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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