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1842495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1-05-30
책 소개
목차
† 프롤로그 5
† 그 남자 46
† 다이어리 61
† 제우스 이 녀석 102
† 그림자 밟기 124
† 여름의 한가운데 서서 141
† 한지수 156
† 내가 죽인 그 여자 194
† 실종 208
† 에필로그 229
저자 후기 23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루체비스타는 말끝을 흐렸다. 나 역시 더는 루체비스타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축배를 든 후에 우린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떨어지지 않았다.
“이 밤이 지나면 떠나겠지?”
“바람이니까.”
“바람은 왜 머물지 않는 걸까?”
“바람이 머물면 시간도 멈출 거야.”
“루체비스타,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 난 욕심이 많아. 당신을 보내주지 않을지도 몰라.”
“바람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거야. 바보야.”
이 밤이 지나지 않기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루체비스타가 옆에 누워 있기를, 욕심을 조금 더 부려 이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는 눈을 멀뚱거렸다.
잠들기 싫은 밤이었다. 내게는 축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체비스타가 있는 한 축제는 계속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밤이 깊어 갈수록 나는 시간의 노예가 되어 갔다.
부스스 눈을 뜬 늦은 아침. 루체비스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서둘러 폴라로이드 사진을 찾았다.
옷장에 가지런히 걸려 있던 외투 주머니에서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남과는 달리 폴라로이드 사진에 루체비스타의 흔적은 없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루체비스타뿐, 만남의 기약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또 바람이 되어 내 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그녀의 빈자리로 공황이 찾아 들어왔다. 나는 입에 약을 털어 넣고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숙취 때문에 공황이 더 심해진 것이다. 축제 끝에는 쑥대밭이 되어버린 공허만 남을 뿐이다. 난 축제의 끝이 싫다. 그래서 항상 축제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이제 내게는 아무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