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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2479270
· 쪽수 : 156쪽
책 소개
목차
하필이면 11
소심한 도우미 29
혼자서 41
견디는 짓 55
과학실에서 69
결석한 이틀 동안 91
그 편지 107
부록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_선생님 134
리뷰
책속에서
width="100%">
이튿날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이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이진아. 네가 소연이 도우미가 돼 주면 좋겠다.”
“…….”
“생각해 봤는데, 네가 좋겠어.”
“아…….”
나는 침을 삼키며 선생님 시선을 피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선생님을 똑바로 보는 건 너무 어렵다.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려서.
어제 하나가 거절하던 게 떠올랐다.
선생님은 내가 그 사실을 모르는 줄 아시나. 하나한테는 ‘……돼 주면 어떨까?’ 하고 물어보셨으면서, 나한테는 ‘……돼 주면 좋겠어’ 하셨다. 이미 결정해 버린 것처럼.
“진아 넌 착하잖아. 침착하고.”
순간 뜨거운 게 목구멍에 걸렸다.
착하잖아. 나는 이 소리를 너무 많이 들으며 살았다. 아빠도 그랬다. 진아 착하잖아. 아빠 속상하게 하지 마. 아빠가 속상한 게 다 내 책임인 것처럼.
착하다는 말은 이렇게 난처하고 한심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꼼짝도 못 하게. 생각도 없는 애처럼 보이게. 누구를 탓하겠나. 하나처럼 야무지지 못하면 이런 일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준비도 없이 말이다.
왜 이러고 싶어졌는지는 설명을 못 하겠다. 그냥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싫어졌다. 착하다거나 얌전하다든가 잘 참는다든가 모범적이라는 말. 더 이상 그런 말에 당하기 싫어졌다.
내가 뭘 잘못하면 지적해 주고 이유를 물어봐 주면 좋겠는데 선생님은 그냥 봐주셨다. 소연이 때문에 내가 뭘 제대로 못 할 수도 있고 삐딱해질 수도 있다는 듯이. 그게 나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 마치 소연이를 봐주듯 그러는 건 나를 소연이랑 똑같이 생각하신다는 거다. 정우 말대로 내가 김소연진아가 돼 버리는.
주변 애들은 무관심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당연히 내가 겪어야 할 하루하루는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