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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62623017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24-06-21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동물사’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1부 도시의 강아지들
1장 도시 강아지 잔혹사
2장 배회견의 초상
3장 강아지 도살자와 그 동조자들
4장 애완견 판타지
2부 감춰진 동물들
5장 옴니버스와 철도마차의 시대
6장 젖소와 우유의 죄악
7장 쥐잡기 뉴딜
3부 제국의 동물들
8장 여왕의 낙타 부대
9장 동물원의 탄생
10장 당나귀와 중국인
11장 돌봄 식민주의
나오며: 더 큰 사랑, 더 큰 책임을 위해
감사의 말
주
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나의 문제에 대해 시축(時軸)과 지도를 폭넓게 살펴보는 일, 다시 말해 다양한 시공간을 유연하게 검토하는 일은 곧 역사를 수행하는(do history) 일이기도 합니다. 혹은 어떤 주제를 역사화하는(historicize) 시도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의 유용성을 ‘우물 안의 개구리’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한국이라는 ‘지금, 여기’는 우리의 ‘우물’입니다. 이 우물 안에서 동물을 더 잘 사랑하고 보호할 비전을 ‘우물 밖’에서 찾아보자는 것이 이 책의 요지입니다. 저는 독자 여러분을 주로 18~20세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19세기 독일,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중국 상하이로 인도할 것입니다. ‘우물 밖’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동물과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동물사(animal history)’입니다.
당연한 사랑도 당연한 혐오도 없습니다. 사랑과 혐오를 실천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런던, 파리, 뉴욕의 개 도살자들과 그 동조자들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과거의 누군가에게 ‘혐오’와 ‘인도주의’는 양립 가능할 수도 있었고, ‘사랑’ 안에 ‘죽임’이 포함될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이라고 완전히 다를까요? 과거와 현재 사이의 차이는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의 역사적 조합과 배치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 당위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상(理想)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럼에도 ‘구별 짓기’는 지속되어야 했습니다. 내가 가진 고급 강아지의 실제 족보가 없다면, 다시 말해 유구한 역사성을 보장해 줄 문헌적 근거가 빈약하다면, 다른 증거를 찾아내거나 만들어 내면 될 일입니다. 배회견 때와 비슷하게, 다시 한번 과학이 막중한 책무를 떠맡게 되었습니다. 19세기의 생물학자들과 동물학자들은 특정한 견종이 다른 종에 비해 ‘과학적’으로 왜 더 우월한지 진화론을 빌려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순종견과 잡종견의 사회적 격차도 더욱 커졌습니다. 권위 있는 과학자가 고안한 온갖 견종 계보학과 분류법이 새로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역사적 증거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른바 ‘만들어진 전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