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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62911023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08-10-22
책 소개
목차
서문
프라 마우로의 명상
독자에게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바다 건너 베네치아 곳곳의 종루에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종소리를 들으면 우리들이 어떤 순간에도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에 그 소리에 의해 내가 궁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안다. 동시에 갑갑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도 이 세계에서 벗어나 카르피니 수도사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사는 황야로 여행하고 위대한 칸을 만나 청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때로 그의 용기가 부럽다. 카르피니 수도사는 그러한 모험을 했기 때문에 마유주를 마시고 그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진정한 변신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체험이다. 이 안전한 장소를 요새로 삼고 있는 나. 외눈박이와는 달리 이 세계 저편까지 손을 뻗어 상상의 세계를 움켜쥐고자 하는 어떠한 몸짓도 내 가슴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나는 옆으로 재주넘기를 할 수도 없다. 그뿐인가, 그러한 것들이 나의 질서 감각에 맞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나는 단 한 번도 태양의 굉음이 메아리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나는 진흙에 뒹구는 전사들과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 않은 걸까? 나는 추방되는 고통을 느낀 적이 없는가? 나는 타오르는 불과 불 사이를 지나 정화되어야 한다. 이런 황야, 이런 생의 시련이 나의 마음을 강하게 흔든다. 그러나 먼 조상의 혼이 내 혼을 부르는 소리를 다시 들으려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94~95쪽, '프라 마우로의 명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