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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역사학
· ISBN : 9788963475455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3-06-28
목차
머리말(이재열)
제1장 네트워크로 보는 전자산업 글로벌 가치사슬과 동아시아 경제(김용균)
제2장 국제인구이동과 사회경제적 연결구조: 한국과 일본의 이민자 수용 사례 분석(설동훈)
제3장 아시아 예외주의? 국제규범, 민주주의, 그리고 아시아 인권(서찬석)
제4장 동북아시아 시민들의 다른 국가에 대한 감정과 고정관념: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임동균)
제5장 글로컬 문화 한류를 통한 동아시아 문화교류(장원호)
제6장 디지털 경제시대 플랫폼 사회의 다양성(이재열)
제7장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가들의 도전과 대응(허정원, 두베 아비세카)
제8장 데이터 과학시대의 도래와 아시아 연구의 미래(손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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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멀리서 보면 아시아는 하나의 대륙이다. 그러나 그 안의 모습은 다양하다. 아시아에 대한 우리 인식을 오랫동안 지배해 온 것은 실체론이다. 실체론의 필터를 끼고 본 아시아는 국경을 지키는 푸른 제복의 군인과 세관원으로 대표되는 46개 나라로 구성된 거대한 대륙이다. 각 나라는 주권을 행사하는 최고 통수권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관료제, 유엔총회에서 표결권을 가진 대표라는 실체를 구성하는 요소를 가진다.
그러나 관계와 흐름으로 읽는 아시아는 전혀 다르다. 바이칼호에서 시작해 몽골평원과 한반도를 거쳐 일본열도에 이르는 아시아 대륙의 동쪽은 샤머니즘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 단군신화에서는 샤먼이 통치한 고대국가의 원형을 읽을 수 있다. 현재의 국경으로 구분할 수 없는 문명적 흐름을 보여준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석권한 유목 제국인 몽골이 남긴 흔적은 역참제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 복식, 제도로 남아 있다. 서부 아시아는 아랍어를 공용으로 하는 이슬람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이동은 가장 원초적인 흐름이다. 고대 철기문화를 지닌 유목민의 이동이 생산력을 전파하고 지배층의 변동을 만들어냈다. 전세계 흩어진 화인(華人)이나 한인(韓人) 디아스포라는 유태인 못지 않은 촘촘한 연결망으로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력한 경제적 활력을 만들었다. 특히 동남아의 경제력을 차지한 화상의 역할을 빼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설명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인적 교류는 이민자, 유학생, 여행자가 만들었다.
경제 수준의 차이는 노동이동과 국제결혼이주를 촉진했다. 일본, 한국, 대만의 농촌은 동남아 출신 결혼이주여성들 없이 유지될 수 없다. 홍콩 중산층의 가사노동은 필리핀 출신 가정부들이 담당한다. 한국 청년이 꺼리는 중소기업 생산직 일자리는 아시아 각국 출신 산업연수생들이 채우고 있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한국의 대학 강의실을 중국 유학생이 채우고 있다. 2장에서 설동훈은 이러한 인적교류가 엮어내는 아시아의 관계망을 잘 보여준다.
확장되는 글로벌 가치사슬은 흐름으로 보아야 파악할 수 있는 경제적 번영의 비결을 드러낸다. 내부 시장이 좁은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가장 심하게 의존하는 나라다. 미국과 유럽 등을 대상으로 최종 소비재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등 위에 올라타 중간재와 부품을 수출해 대규모 무역 흑자를 낸 것이 한국이다. 그러나 IMF 보고서에 의하면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고 경제권역화가 강화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곳은 한국이다 (Cerediro et al., 2021). 이 책의 1장에서 김용균은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경제가 어떻게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지난 24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전자산업에서만은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전반적인 우려와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함께 전세계가 플랫폼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이재열은 6장에서 플랫폼 사회의 다양성에 대해 논한다. 미국은 현재 세계 디지털 경제를 지배하고 있으며 중국이 그 뒤를 쫓는 양상이다. 이들이 세계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디지털 경제의 두 가지 대표 모델이다. 세 번째 모델은 EU(European Union)와 인도에서 발전되고 있다. 자체 기축 플랫폼이 없는 이들 국가는 데이터 흐름과 잠재적 가치 창출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다. 이에 반해 한국형은 독특한 모델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고유한 기축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서 플랫폼의 공적 활용 가능성이 높고, 중국형과 달리 민주적인 체제에서 개인의 데이터 주권과 국가의 데이터 주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문화 역시 흐름으로 존재하지만, 상품이나 사람의 이동보다는 훨씬 유연하다. 한때 아시아에서 문화적 흐름의 중심은 일본과 홍콩이었다. 지금은 한류가 압도적이다. 5장에서 장원호는 한류의 확산이 가능했던 조건, 그리고 반한류가 출현한 맥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문화산업 수출지향이나 연성국가주의로는 초국적 매력을 발산하는 문화공동체로 나아가기 어려우며, 대안으로 사회적 공감과 문화간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한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시아는 제도화된 민주주의나 자유화의 측면에서 유럽에 비해 뒤져 있다. 3장에서 서찬석은 인권 레짐의 측면에서 취약한 아시아에 대해 분석한다. 많은 아시아 국가에 잔존하는 종교, 가부장제, 신분제 등의 문화적 토양이 인권의 근본적 향상에 제약이 되며, 서구에 의한 식민지배의 쓰라린 경험 위에서 근대적 가치인 개인주의와 인권을 서구적 가치로 배척하며 집단주의나 권위주의적 가치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임동균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정부나 정치인의 역할과 시민의 인식 사이에 차이가 있음에 주목한다. 상대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 그가 발견한 것은 한중일 동북아 삼국간 관계의 핵심이 정치 대 시장의 구도에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동북아를 균열시키고 시장은 동북아를 하나로 이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자국 내 사회경제적 불안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모든 나라가 공유하는 위험이다. 바이러스의 전파는 국경을 넘는다. 그런데 방역의 성과는 나라마다 큰 편차를 보인다. 허정원과 두베 아비세카가 쓴 7장은 공통의 위협이 된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백신 물량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협력은 쉽지 않으며, 백신이 확보되더라도 나라별로 접종이 순조롭지 않았던 사실을 보여준다.
8장에서 손윤규는 데이터과학시대의 도래와 아시아 연구의 미래에 대해 논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이후에 가능해진, 알고리듬을 통한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의 비정형 자료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은 전통적인 경험과학의 범위를 넘어서 아시아 연구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견해에 비판적이다. 사례수가 늘어난다 해도 편향이나 과적합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인과적 메커니즘을 규명하지 못하면 연구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