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63709390
· 쪽수 : 40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자의 굴곡진 몸은 미동조차 없이 고요했고, 두 눈은 감겨 있었다. 그녀는 목 부분이 깊이 파인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겨우 색깔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차림새로 보아선 어느 파티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 상처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여자의 오목한 가슴골에 묻혀 있던 장신구, 가느다란 줄에 걸린 말굽 모양의 펜던트였다. 머리카락 한 움큼이 그 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움직임이 없었다. 마야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여자는 분명 죽은 것이다.
마야는 그를 계속 지켜보았다. 이 사람이 숲에 쓰러져 있던 남자, 죽은 듯 누워 있던 그 남자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갑자기 역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가 걸어다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애니 쇼가 살아 있는 것만큼이나 부자연스럽고 괴이한 일이었다.
느슨하게 덮여 있던 흙을 치워내자 갑자기 뭔가가 툭 떨어져나갔다. 떨어진 것은 여우의 머리였다. 몸통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머리. 그것이 그녀 앞으로 굴러와 공허한 눈으로 위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마야의 눈은 여우의 머리가 아닌 그 밑에 있던 다른 어떤 것에 고정되어 있었다. 사람의 한쪽 발이었다. (중략) 흙을 걷어낸 자리에 발이 쑥 삐져나와 있었다. 때가 묻어 더럽고, 할퀴어진 맨발바닥. 마야는 급히 구덩이에서 기어 나왔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이 상황을 알려야 했다. 마야는 로완트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여전히 불빛들이 모두 꺼져 있었다. 그녀는 자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거리로 봐선 얼마 떨어져 있지 않으니까 여기서 크게 소리치면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때 뭔가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잡목숲에서 올라오는 거무스름한 어떤 것. 여우 얼굴을 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