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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4068571
· 쪽수 : 357쪽
책 소개
목차
1. 쓰치미카도 저택의 가을-1008년 7월 19일 ·····3
2. 대대적인 기도회-7월 20일 새벽녘 ········8
3. 아침 이슬 머금은 마타리꽃-그날 아침 ······14
4. 대감님의 장남 요리미치 님의 내방-그날 저녁 ··19
5. 풍아한 연회-7월 하순 ·············23
6. 관료들의 숙직-8월 20일 지나서 ·········26
7. 사이쇼 여방의 낮잠-8월 26일 ··········29
8. 중양절, 국화꽃에 씌웠던 솜-9월 9일 ······33
9. 향 피우기-같은 날 밤 ·············36
10. 기도하는 사람들-9월 10일 ··········40
11. 중궁님 순산 기원-9월 11일 아침 ········47
12. 황자님 탄생 ·················53
13. 크나큰 경사 ·················58
14. 신검, 탯줄, 첫 모유를 먹이는 의식 ·······62
15. 첫 목욕 의식-같은 날 밤 ···········64
16. 여방들의 복장-9월 12일 ···········70
17. 황자님 탄생 사흘째 날의 축하 의식-9월 13일 밤 ·74
18. 황자님 탄생 닷새째 날의 축하 의식-9월 15일 밤 ·78
19. 달밤의 뱃놀이-9월 16일 밤 ··········86
20. 황자님 탄생 이레째 날의 축하 의식, 흰옷을 보통 옷으로 교체-9월 17일 밤, 18일 ··90
21. 황자님 탄생 아흐레째 날의 축하 의식-9월 19일 밤 ·················93
22. 첫 손자를 귀여워하는 미치나가-10월 10일이 지나서 ·················95
23. 나카쓰카사노미야 집안과의 인연 ········98
24. 물새에 마음을 담아서-10월 13일 ·······99
25. 시구레 내리는 하늘 ·············103
26. 천황님의 쓰치미카도 저택 행차-10월 16일 ···106
27. 아악 연주, 승진-같은 날 밤 ·········114
28. 황자님의 첫 이발과 담당 관리 임명-10월 17일 ·119
29. 중궁 대부와 중궁 권량-같은 날 밤 ······120
30. 오십일 축하 의식-11월 1일 ·········123
31. 8천 년 이어질 태평성대-같은 날 밤 ······130
32. 책 만들기-11월 10일 전후 ··········132
33. 황자님의 성장 ················136
34. 사가에서의 우울한 마음-11월 15일 전후 ····137
35. 중궁님과 황자님의 환어-11월 17일 밤 ·····142
36. 대감님께서 중궁님께 보내신 선물-11월 18일 ··147
37. 고세치 무희들-11월 20일 ··········151
38. 대전(大殿)의 연취(淵醉), 어전 시범-11월 21일·156
39. 동녀 어람 의식-11월 22일 ··········159
40. 사쿄 여방-11월 23일 ············164
41. 고세치도 지나서-11월 26일 ·········170
42. 임시 마쓰리-11월 28일 ···········171
43. 연말에 혼자 읊조리는 노래-12월 29일 밤 ···174
44. 섣달그믐날 밤의 강도 ············177
45. 신년 하례식-1009년 정월 초하루 ·······181
46. 여방들의 용모와 성격 ············184
47. 재원과 중궁전 ················191
48. 이즈미시키부, 아카조메에몬, 세이쇼나곤 비평 ··200
49. 내 인생을 뒤돌아보며 ············206
50. 저마다 다른 여방들의 심성 ··········212
51. ≪일본서기≫ 박사, ≪백씨 문집≫ 진강(進講) ·214
52. 출가에 대한 고민 ··············219
53. 편지를 마무리하며 ··············220
54. 공양당 참배와 뱃놀이 ············223
55. 대감님과의 증답 ···············226
56. 문 두드리는 사람 ··············228
57. 황자님들의 공양 떡 올리기-1010년 정월 ····230
58. 중궁님의 임시 손님맞이, 초자일 놀이 ······232
59. 나카쓰카사 유모 ···············234
60. 둘째 황자님의 오십일 축하 의식-정월 15일 ··235
부록
비평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다-젠더적 시점에서 ··241
마타리꽃 연정의 실체-미치나가의 시첩설 ·····289
참고 도해 ···················328
연표 ······················335
해설 ······················339
지은이에 대해 ··················352
옮긴이에 대해 ··················357
책속에서
황자님 첫 목욕식은 유시부터라고 했다. 등불을 켜고 중궁직 하인이 보통 옷 위에 백견 도포를 입고 목욕물을 날랐다. 목욕통을 앉힌 받침대는 모두 흰 천으로 씌워져 있었다. 오와리노쿠니 지방 수령인 지카미쓰와 중궁직 시장인 나카노부가 목욕통을 메고 발 있는 데까지 날라 오면, 발 안에서 기요이코(淸子) 명부와 하리마(播磨) 여방이 그 통을 받아 물 온도를 가늠하고, 오모쿠(大木工) 여방과 우마(馬) 여방이 그것을 받아 항아리 하나하나에 부었다. 열여섯 개의 항아리를 다 채우자 나머지 물은 욕조에 부었다. 여방들은 얇은 천의 우와기와 당의를 입고 오목 무늬 치마를 둘렀으며, 앞머리에는 사이시를 꽂고 뒷머리는 하나로 해서 흰 천으로 묶었다. 머리가 평상시보다 단정하고 깔끔했다. 황자님께 물 끼얹는 역할은 사이쇼 여방이 하고, 그 보조역은 다이나곤 여방이 맡았는데 두 사람 모두 흰옷 입은 모습이 매우 정갈하게 보였다.
황자님은 대감님께서 안고 오셨는데, 고쇼쇼 여방과 미야노 내시가 각각 신검과 호랑이 두상을 들고 그보다 앞섰다. 내시의 당의는 솔방울 문양이 그려진 것이었고, 치마는 바다 그림 위에 주변 경치를 수놓은 것이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이 치마 허릿단으로, 얇은 천에 당초 문양을 수놓아 매우 화려했다. 고쇼쇼 여방도 허릿단에 가을 풀숲, 나비, 새와 같은 문양을 은사로 수놓은 치마를 둘렀는데 옷감은 신분에 따라 정해져 있으므로 허릿단을 색다르게 꾸며서 입은 것이리라.
대감님의 두 도련님과 겐노 소장(源少將)께서 쌀을 뿌리시는데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소리가 크게 나게 뿌리셨다. 마침 호신법 때문에 대령해 있던 조도사 스님은, 쌀을 피하려고 얼른 부채를 펴서 머리 위에 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젊은 여방들은 웃음을 못 참고 내내 키득거렸다.
천황님 행차 날이 가까워지자 대감님께서는 집안 단장에 한층 더 신경을 쓰셨다. 실로 멋있게 핀 국화를 어디에선가 캐 오시어 집 안을 환하게 장식하셨는데, 형형색색으로 핀 국화 중에서도 탐스러운 노란 국화를 아침 안개 사이로 보고 있자니, 옛말에도 있듯이 몸이 저절로 젊어지는 것 같았다. 아, 내가 이 허무한 세상에서 적당히 사는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광경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을 느낄까? 이렇게 멋있고 근사한 것을 앞에 두고도 오히려 출가하고픈 마음만 더 강해지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모든 게 우울하고 한탄스럽기만 하다. 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안 좋은 일은 다 잊어버리자고 굳은 결심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이런 식으로 살면 오히려 죄만 더 깊어진다며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고쳐먹으려고 해도 날만 새면 또다시 멍하니 상심에 빠지게 된다. 연못의 물새들도 언뜻 보면 아무런 근심 없이 유유히 노닐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저기 물새를 물 위에 뜬 허망한 거라 보겠나 이 몸 또한 뜬세상 허무하게 사는데
저 물새들도 남 보기에는 즐거운 듯해도 그 몸이 되어 보면 나처럼 힘든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대감님께서 ≪겐지 이야기≫가 중궁님 어전에 있는 것을 보시더니, 농담 식으로 매실 아래 깔린 종이에 다음과 같이 쓰셨다.
바람둥이라 소문 다 나 있으니 본 사람마다 모두 꺾었을 거라 이 몸은 생각하네
그래서,
“남에게 아직 꺾인 일 없는 사람 그 어느 누가 바람둥이라는 말 함부로 하는 건가
이상도 해라” 하고 여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