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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426112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10-1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노, 노, 노,
무인도
보이스 피싱
골목길
그럴 줄도 모르고
버킷리스트
지팡이와 진주
가치
눈 가시
2부
그녀의 불
길 없는 길
내 몸 사용 안내서
너 떠난 길에 벚꽃 잎 분분하고
우리 집에 왜 왔니
시간이 멈춘 자리
그대에게
스키 타는 여자
더불어 홀로 살아내기
3부
청개구리
그만큼의 생
나중에
다슬기
비둘기 모텔
아리쓰리탕
언 해피
문틈으로 엿보다
머릿속 서랍
4부
새가 되고 싶은데 날개가 없어
자가 격리
확진자
집
할머니의 누룽지
또야와 바람
진짜 남자가 되는 법
노숙자와 수사
삼인성호
5부
목소리
어둠 속의 여인
난로
아리랑
몽골, 그 끝없는 평원
바이칼의 전설
전설은 이루어졌다
금돈시굴
연오랑과 세오녀
저자소개
책속에서
▶ 머리말 중에서
…… 미니픽션이란, 짧은 글 속에 결코 짧지 않은 사연들을 담는 문학 장르이다. 나는 이 미니픽션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삶과 죽음, 생명들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들은 지면 속에 갇혀버렸고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다. 어느 날 그들이 내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 세상에 내보내 줘! 그들은 자신들의 사연이 바람을 타고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 속으로 퍼트려지기를 바랐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할 때까지 오래 걸렸다.
…… 중략 ……
…… 중략 ……
어떻게 하면 A에게 연락할 수 있을까? B가 떠올랐다. B는 틀림없이 A의 전화번호를 알 것이다. 그러나 숙영은 또다시 절망해야만 했다. 숙영의 머릿속에는 B의 번호도 없었다. B를 아는 C, C를 아는 D, E, F……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숙영이 아니라 숙영 핸드폰의 지인들이었다.
핸드폰 없는 숙영은 실체가 사라진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허상이었다. 세상으로 돌아오려면 핸드폰에 담겨있던 정보들을 찾아내야만 했다. 다행히 숙영은 이틀 후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내일 아침이면 핸드폰은 알람을 울려 그 약속을 깨우쳐주었겠지만, 이제 모두 스스로 해야 했다. 시간도 알고 있었고 만남의 장소는 자주 가던 곳이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유효한지는 알 수 없었다. 날씨가 너무 더우면 미루자고 했기 때문이다. 즉각적이고 빠른 연락이 가능한 핸드폰을 모두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몇 시간 전까지도 약속이 바뀔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군살 하나도 없이 날씬한 여자가 서서 내일은 삼십구 도까지 치솟고 당분간 폭염이 계속 될 거니 외출을 자제하라고 낭랑하게 말했다. 숙영 핸드폰에 이미 취소나 연기한다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숙영의 시간은 멈추어버렸다. -‘무인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