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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21498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06-15
책 소개
목차
개
무한의 오로라
어디에서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특수임무 수행
풀꽃
광야에 서다
태양을 품은 여인
▪『무한의 오로라』에 나타난 타자 윤리학_ 이덕화
저자소개
책속에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러나 혜진이 그토록 갈구하던 것들이 무한한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강에 몸을 던지기 전에 핸드폰에 마지막으로 남겼던 이름, 혜령과 나는 그 공간에 없었다. 혜진은 나와 혜령을 초대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로라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나는 잠든 혜진을 돌아보았다. 혜진은 무한한 속에서 꿈을 꾸고 있었다.
면회 시간이 끝나고 병실을 나서기 전 헤드셋을 벗겼다. 혜진의 행복한 꿈을 빼앗는 듯해서 미안했다.
「무한의 오로라」
귀가 너무 커져 흔들렸다. 귀만 도드라져 거울 속에서 나는 낯선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정도에서 자라기를 멈추었으면 좋은데. 문득 귓속으로 작은 소리들이 들렸다. 원룸은 층간의 방음 장치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위층의 소음이 곧잘 들리곤 했다. 처음에는 신경이 거슬렸지만 이제 어지간한 소음에는 무디어졌다. 그러나 지금 들리는 것은 소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소리였다. 나는 벽에다 귀를 대었다. 귀가 크니까 벽에 귀가 착 달라붙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벽 속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어느 집에서 다투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 심지어 텔레비전의 내용까지 다 들렸다.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사랑을 나누는 소리. 어느 집에서는 울면서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상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 모든 내용들을 똑똑하게 다 들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나의 다락방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목소리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