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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361344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7-11-25
책 소개
목차
^^라운드 0 프롤로그, 공이 울린다
^^라운드 1 땀은 진취 눈물은 도취^^
01 마흔 / 02 체육관을 찾아서 / 03 17번 올빼미, 붕대를 감다 / 04 거울 속에 날린 최초의 펀치 / 05 샌드백의 웃음소리 / 06 처음 보는 스파링, 베개 싸움 / 07 전진하는 몸과 마음 / 08 원 펀치와 투 펀치 사이에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 09 흔들리는 샌드백, 샌드백 시학 / 10 땀은 진취 눈물은 도취 / 11 구성되는 몸 / 12 기상천외한 체중 감량
^^라운드 2 두려움과 벌이는 난타전^^
01 마닐라의 전율과 첫 번째 위기 / 02 지식인의 스파링, 토론 / 03 복서의 담배, 시인의 담배, 체 게바라 라이터 / 04 멕시칸, 멕시칸, 멕시칸 / 05 뼈를 향한 소리 없는 전진 / 06 핸디캡을 요리하는 주방장 / 07 두려움과 벌이는 난타전 / 08 사라지는 통증들 / 09 관장본색 / 10 첫 번째 스파링, 사슴 청년과의 만남
^^라운드 3 우울한 감정의 프로^^
01 체육관은 좁지만 고수는 널렸다/ 02 원 스윙 투 펀치 팔랑이 스트레이트 / 03 나에게 넘어온 공 / 04 육체적인 심리, 심리적인 육체, 비전문적 펀치 / 05 우울한 녀석의 등장, 링 위엔 친구가 없다 / 06 전염된 우울이 일깨운 폭력성 / 07 모종의 합의, 탐색전을 펼쳐라 / 08 친구라는 이름의 구속 / 09 우울한 감정의 프로 / 10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운드 4 미용사 S와 MR. G의 페이스오프^^
01 해보지 않은 것을 하려면 해보지 않은 것을 하라/ 02 번뇌에 빠진 40대 훈련생 / 03 샌드백은 너의 얼굴 / 04 악전고투, 너나 나나 / 05 미용사 S와 Mr. G의 페이스오프 / 06 복면 좀 씁시다 / 07 꿈에 그리던 로프 반동 / 08 입술에 핀 붉은 장미 / 09 혼자 있을 때 아름다운 사람은 혼자 있어야 한다 / 10 아듀 2015, 아듀 미용사 S
^^라운드 5 내 얼굴에 소속된 당신의 펀치^^
01 젖은 노을 속으로 날리는 펀치, 펀치 드렁크 / 02 오답 전문 인생 / 03 내 얼굴에 소속된 당신의 펀치 / 04 사라진 만화의 시대 / 05 사슴을 살리는 건 공포심이다 / 06 몸에 맞는 옷, 옷에 맞는 몸 / 07 맞아주는 타깃은 없다 / 08 펀치엔 나이가 없다 1 / 09 펀치엔 나이가 없다 2
^^라운드 6 라커에 남은 이름^^
01 두뇌는 장식용이 아니지만 / 02 슬럼프의 시작 / 03 허무한 자학의 힘 / 04 지속되는 슬럼프 / 05 나의 애드리안 / 06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07 사슴 청년의 퇴장, 내 이름이 뭐라고? / 08 활기찬 소망 / 09 출발하는 사람들 / 10 공, 공, 공 / 11 이별 이브 / 12 라커에 남은 이름
^^라운드 7 에필로그_ 사라진 라운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흔과 복싱. 이 두 가지는 모두 전성기가 지난 것들입니다. 마흔은 신체의 전성기가 지난 나이이고, 복싱은 인기의 전성기가 지난 스포츠입니다. 혈기왕성했던 몸은 영양제에 의존해야 할 만큼 지쳤고,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복싱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니 마흔과 복싱의 만남은 쇠퇴한 것들의 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대의 기록에는 아쉽게도 인생 역전의 통쾌함은 없습니다. 대신 여기에는 굳어 있었던 몸이 움직이는 소리, 움직이는 몸속에서 뛰는 심장 소리, 심장 소리가 만들어 내는 리듬, 리듬이 지나가는 세상과 그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후회하고 다짐하고, 울고 웃고, 땀 흘리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몸속의 멜라닌 색소와 매일 이별하는 사십대 남자입니다. 어쩌면 그의 모습은 사십대가 될 이삽심대, 사십대였던 오륙십대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고 전성기가 지난 뒤에도 계속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달려도 사십대의 몸을 이십대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살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삶의 기록입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무명의 복서들이 각자의 링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겁니다. 살고 있을 겁니다. 예기치 않은 부상과 살고, 원인 모를 슬럼프와 살고, 링 위의 상대방과 살고 있을 겁니다. 싸우는 게 아니라 살고 있다 말하고 싶습니다. 치고받았던 양 선수가 경기 후에 서로 껴안고 격려하는 까닭은 그 치열한 시간을 함께 살았다는 연대감 때문일 것입니다. 삶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질병과 살고, 통장 잔액과 살고, 노후에 대한 불안함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듬을 수 있는 누군가가, 보듬어 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그런 품이었으면 좋겠고 당신이 그런 우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지막 마음이 당신의 첫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새로운 것을 알았습니다. 샌드백이 흔들리면 잘못 치는 것이라니. 그리고 신기했습니다. 펀치를 치고 얼른 빼니까 펀치 스피드가 빨라지고 샌드백 치는 소리가 체육관에 펑펑 울리는 게 펀치력도 더 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샌드백이 정말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아, 조절된 힘이란 이런 파괴력을 갖는구나. 술도 이렇게 마셔야겠다. 몸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직진 스텝을 밟을 수 있을 정도로.’
샌드백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스텝도 밟혔습니다. 시를 쓸 때도 이런 요령이 필요하겠습니다. 착상 하나에 너무 큰 야심을 가지면 흔들리는 샌드백 앞에서 무당춤을 춘 것처럼 평정심을 잃고 허우적거리기 쉽습니다. 톡톡, 가볍게 가볍게 단어를 던지듯이, 착상이 도망가지 않게. 복서는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하지만 시인은 시를 세워야 합니다. 톡톡, 시가 넘어지거나 밀리지 않게. 톡톡. 펀치가 샌드백에 빠른 속도로 꽂히고 더 빠른 속도로 돌아옵니다. 시인은 화자를 내세웁니다. 화자는 시인의 아바타, 영혼기병. 시인이 보는 방향을 보고 시인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시인은 화자의 뒷모습을 봅니다. 그동안 나는 내 화자를 돌려세워 그 얼굴을 보려고 아껴야 할 에너지를 소비한 건 아니었을까. 이렇게 다른 분야의 활동을 통해 자기 분야에 도움에 될 만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허세를 부려야 운동하는 보람도 커집니다. -<흔들리는 샌드백, 샌드백 시학>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