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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626022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2-07-27
책 소개
목차
공책에 남은 늑대 이빨
못 견딜 얼굴이어도 다시 잃을 사랑이어도
늑대 이빨이 부르는 소리
표정은 빛의 속도로
빛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글자만 남은 아침
무지의 기악
인형은 잠도 깨지 않고 울었다
외로운 사람은 사물이 된다
표피에 덮인 시간의 책
호―삭제된 파일들의 역습
우글거리는 호
연체 시간 반납서
직선처럼 완만한
해설(海雪)
해설(解雪)
천사가 된 마네킹
한성정밀 경성카레
시는 검은색으로 수록된다
강물처럼 울었네
우조(雨鳥)
불가능한 호
손바닥에 떨어진 푸른 주화
선명한 너의 자리로
기린 불명
우리는 함께 손톱을 잘랐다
연필심
이니셜
고구마 줄기에 피는 소꿉
감자 울창
하얀 포도알
안녕, 멜라닌
조화로운 생화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발문|늑대의 이빨 자국을 헤아리는 시간_임지훈
박장호에 대하여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을 떴다. 로돕신이 분해되었다. 그는 없고 촛불이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라진 그를 그리워했다. 마디가 바뀐 시간이 이야기로 이어져 나는 창밖에서 움직이는 나무의 그림자와 나뭇가지에서 깃을 친 새의 깃털을 보았다. 촛불과 나눈 이야기를 물고 진피의 세계를 떠나는 새를 본 건 표범의 눈. 사람이 외로운 건 그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무가 사랑에 빠진 건 몸속에 도는 장미 향기 때문이다. 하나이면서 둘인 표범이 자리를 바꾸고 멀어진 표피의 아침. 그 모든 이야기를 덮은 시간의 책.
- 「표피에 덮인 시간의 책」 중에서
비밀인데 말야, 나 실은 다음 주 화요일에서 온 너야. 1주일 후엔 기억나지 않을 오늘을 기록하려고 왔지. 검정, 빨강, 파랑. 리볼버 같은 3색 볼펜. 오늘 일기는 파란색으로 써야겠어. 파란색은 왠지 아무 말이나 써도 좋은 색깔 같아. 기록의 보호색이라고나 할까. 지금부터 나는 새파란 거짓말을 쓸 거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별수 없잖아. 주의할 점이 있어. 총알 하나는 반드시 남겨둔다는 킬러처럼 한 문장, 딱 한 문장은 검은색으로 쓸 거야. 그 문장은 거짓말이 아니라 내 기억이야. 그 불완전한 진실의 탄환이 너를 향할까. 나를 향할까.
- 「시는 검은색으로 수록된다」 중에서
너는 낱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 낱말은 이름이 없다.
너는 눈을 감는다.
그것은 네가 사람으로 된 사물이기 때문이다.
질끈 감은 너의 눈이 낱말을 흘린다.
나는 낱말에 내 이름을 붙인다.
이름 붙은 낱말이 사물이 된다.
너의 눈에서 사물이 흐른다.
나는 너의 눈물이다.
- 「외로운 사람은 사물이 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