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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37472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5-01-13
책 소개
목차
1 가족을 잃고 가족을 얻다
장례식과 결혼식 / 인생의 다음장 / 뱃속의 하리보 / 복선 / 출산 면허 / 임신 중 ○○○ / 딸이라서 / 중력의 힘 / 꿀렁 / 적신호 / 배려받는 기분 / 비 오는 날 / 길목 / 기대보다 두려움 / 그런 날들 / 돈 돈 돈 / 벌초 / 응시 / 누가 봐도 임부 / 청바지와 스웨터 / 첫 만남 / 산후조리원이라는 신세계 / 아마도 마지막 극장 / 보호자는 처음이라
2 초보 육아 우행록
엄마의 몫 / 아들 낳는 법 / 가슴의 무게 / 구수한 결혼기념일 / 사진발 / 의성어로 채운 하루 / 따뜻한 말 한마디 / 일인분의 몫 / 재연이의 하루 / 이사 / 외계어 / 진도에서 / 너란 아이 / 엄마니까? / 아장아장…… 쿵쿵 / 둘째 생각 / 아이의 감각 / 세 살 고집
3 이 더하기 일 더하기…… 일
복뎅이 / 핑크 월드 / 태몽 / 다정함에는 체력이 필요해 / 나의 지배자 / 골목길 / 추모제 / 술집 나들이 / 셋째 엄마 / 만삭 / 롤러코스터 / 멍게의 맛 / 복뎅이를 만난 날 / 신생아실 너머 / 삼춘기 / 그러할 연 / 여름날
4 비전지적 엄마 시점
제주도 우리 집 / 성산일볼충에서 / 제주의 기억 / 색칠 공부 / 대기조 / 흔한자매의 시작 / 모기의 취향 / 모방의 모범 / 치마와 바지 사이 / 네 살의 능력 / 제사의 정석 / “우리 공주” / 먼 미래 / 광주 삼남매 / 첫 치과 / 자매의 사회생활 / 뒤끝 대마왕 / 닫힌 방문 안을 상상하며 / 편애 / 다짐 / 최고는 베트맘 / 아홉 살 엘런의 원피스 /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 천재는 필요 없어 / 기차 구경 / 9년 만의 메일 / 아이 없는 삶 / 보통의 하루 / 머릿니 박멸 작전 / 꿀떡술떡 / 점점이와 쭈쭈 / 인정 투쟁 / 갑갑한 여름 / 씨름왕 / 명절의 시작 / 아이의 자장가 / 우주만큼 손바닥만큼 / 철봉 휘돌기 / 지영이들
5 절대 내향인 가족
키친 드링커 / 바통 터치 / 코로나 세대 / 초품아 / 사교육과 공포 마케팅 / 무심한 엄마 / 돌봄교실 선생님 / 우리에겐 직진뿐 / 잠금해재 / 내향인 1호 / 공정이란 무엇인가 / 아홉 살 인생 / 구례 / 노키즈존 / 피아골의 가을 / 첫 핸드폰 / 복화술의 달인 / 상실의 시대 / 유령 가면과 천사의 날개 / 수면 독립 / 영어 공부 / 두 갈래 길 / 낙관도 비관도 아닌 / 칼치기 환승 / 우리 집 금쪽이 / 체육 소녀 이연 / 어떤 학부모 / 엄마는 오늘도 통화 중
6 찰떡엔 귀가 없는데
남편의 눈물 / 아이들의 학교생활 / 찰떡은 귀가 없는데 / 치과라는 난제 / 불평등한 어린 시절 / 가사 일의 슬픔과 기쁨 / 고백 / 51년생 김○○ / 55년생 오○○ / 육아의 기쁨과 슬픔 / 꼬북칩과 혐오 사이 / 재난과 아이들 / 민원인과 학부모 / 타이밍 / 엄마와 우산 / 부자 엄마 가난한 엄마 / 행복은 유난스럽게 / 재연이의 학교생활 / 두 아저씨 / 밥과 빵 / 아이의 취향 / 이상한 나라의 허이연 / 소용돌이의 시간 / 몸 튼튼 마음 튼튼 / 절제의 방식 / 유전의 확률 / 암 수술 / 요양병원 / 배달의 맛 / 얼음판의 두 자매 / 재연이의 첫 전시회 / 결혼기념일 선물 / 빌런이 나타났다
에필로그 34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반주를 하시던 아버님이 불콰한 얼굴로 안방에 들어가더니 종이 뭉치를 들고 나왔다. “아들 낳는 법” 예전에 형님한테 주려다 말았다며 내게 건넨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형님네 둘째는 아들이라 끝내 전해지지 못한 그 ‘비법서’가 내게 온 것이다. 어디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 같았다. 아들 낳는 법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지 꽤 두꺼웠다. … 뒤늦게 그 광경을 본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며 종이를 찢었다.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무슨 정신으로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 오자마자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기어 다니기 시작한 재연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멀뚱멀뚱 나를 쳐다봤다. … 샤워를 하다가도 잠든 아이를 보다가도 불쑥불쑥 화가 났다. 시간이 갈수록 화는 나 자신에게로 향했다. 왜 그 자리에서 한마디 대꾸도 못 했을까. 상이라도 엎었어야지. 엎기는커녕 어색하게 웃음을 보였던 게 생각나 나 자신을 윽박지르고 싶었다. 그러다 화낼 대상이 나는 아닌데 싶어 더 화가 났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존재와 함께 사는 이 경험에 대해 생각한다. 때때로 속박처럼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실이 아이와 나를 강력한 힘으로 묶어 둔 것 같다. 가끔씩 심술부리는 아이처럼 날 부르는 아이의 말을 못 들은 척하기도 한다. 그러다 또 어느 날은 나를 찾아 허공을 더듬는 아이를 품에 안고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안정감이다. 적어도 이 아이에게 나는 쓸모가 있다. 그렇게 아이가 나를 구원해 주는 것 같다. 품에 안긴 아이가 실은 나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하루 종일 두꺼운 판결문 자료를 넘기다가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고이 잠든 재연이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닫힌 방문 안의 위험에 대해 생각한다. 한편으론 부모와 자식 관계를 넘어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분노가 치민다. … 하지만 재연이가 말을 안 들을 때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는 순간이 있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아이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마음이 금세 식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이는 조금 뒤 해맑게 다시 “엄마”를 외치지만 내 마음의 부대낌은 그대로다. 거기에는 나쁜 마음을 먹었다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차지하는 지분도 만만치 않다. 며칠 전에도 출근이 늦었는데 끝 간 데 없이 찡찡대는 이연이를 붙들고 큰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너 날 망치려고 그러지!” 실은 더 험한 말이 나오려는 걸 참은 거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이연이가 잠시 눈을 크게 뜨더니 울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