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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 일반
· ISBN : 9788964620588
· 쪽수 : 508쪽
· 출판일 : 2015-09-14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제1부 탐색
파리 _ 제3세계의 출현
브뤼셀 _ 1927년 반제국주의연맹
반둥 _ 1955년 아시아아프리카회의
카이로 _ 1961년 아시아아프리카여성회의
부에노스아이레스 _ 경제 상상하기
테헤란 _ 상상력 키우기
베오그라드 _ 1961년 비동맹운동회의
아바나 _ 1966년 삼대륙회의
제2부 함정
알제 _ 독재국가의 위험성
라파스 _ 막사에서 풀려나온 군대
발리 _ 학살당하는 공산주의자들
타왕 _ 더러운 전쟁
카라카스 _ 악마의 배설물 석유
아루샤 _ 허둥지둥 사회주의
제3부 암살
뉴델리 _ 제3세계의 몰락
킹스턴 _ IMF식 세계화
싱가포르 _ 아시아적 가치라는 유혹
메카 _ 잔혹한 문화
결론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 후주/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1980년대에 ‘제3세계’는 실패한 국가, 기근, 빈곤, 절망의 동의어였다. 이곳은 진보라는 대大경주에서 꼴찌 아니면 ‘3등’의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이 바로 탈식민 시기에 대한 담론들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나는 이러한 시각이 편견에 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3세계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곳이므로 자선이나 받아야 한다는 그런 뜻이기 때문이다. 이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투쟁과 패배의 역사를 지워버렸다. 나는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투쟁들과 이데올로기를 발굴하면서 그 시대의 풍요로운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제3세계는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프로젝트였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인민들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던 식민주의에 맞서 싸우며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그들은 무엇보다 인간적 존엄성을 그리고 삶의 필수재인 토지, 평화, 자유를 염원했다. 그들은 불만과 열망을 다양한 형태의 조직으로 모아냈고 민족지도자들은 이 조직들을 통해 요구사항을 수렴할 발판을 마련했다.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가나의 크와메 은크루마,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같은 지도자들은 20세기 중반의 10여 년간 여러 회의에서 만났다. 반둥(1955), 아바나(1966) 등 여러 곳에서 만난 민족지도자들은 인민의 희망을 담아낼 사상과 일련의 기구를 만들어갔다. ‘제3세계’란 이러한 희망과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들을 아우르는 프로젝트였다.
양 거대진영 사이에 내팽개쳐진 갈색 나라들은 제3세계라는 이름 아래 집결했다. 식민주의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고자 분연히 일어섰던 인민들은 세계적 차원의 정치적 평등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를 대변한 대표적인 기구가 바로 유엔이다. 유엔은 1948년 설립 당시부터 지구상의 인민 대다수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 신생국들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얻지 못했지만, 유엔총회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할 만큼의 의석은 확보했다. 그들은 1955년 반둥과 1961년 카이로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회의, 1961년 베오그라드에서 시작된 비동맹운동, 같은 해 아바나에서 열린 삼대륙회의에서 정리한 제3세계 프로젝트의 핵심 요구사항을 본무대인 유엔에서 합심해 관철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생국들은 제3세계 의제를 실현할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유엔에 압력을 넣었다. 핵심기구는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였지만 그 외에도 여러 기구가 있었다. 이러한 기구들을 통해 정치적 평등 외에 다른 의제들이 전면에 내세워졌다. 곧 세계 자원의 재분배, 인민의 노동에 대한 더 합당한 보상, 과학·기술·문화 유산의 공유 같은 제3세계의 요구사항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