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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65235538
· 쪽수 : 512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제1부 도박
해야 하는 일
도박꾼
고귀한 청혼
무엇을 할 것인가
그의 집으로
제2부 심판
새로운 시작
‘도박꾼 아내’
투르게네프
삶과 운명
악령
마지막 도박
제3부 보상
출판인 안나
시험
예언자의 입장에서
남편의 죽음
제4부 긴 황혼
도스토옙스키의 여사제
아내의 죽음
에필로그 - 안나 도스토옙스카야의 사후
감사의 글
출처에 관하여
번역과 날짜에 관하여
책속에서
수용소에 있는 동안 도스토옙스키는 뇌전증에 걸렸는데, 그 병은 평생 그를 괴롭혔다. 페트라솁스키 협회의 동료들을 말 그대로 정신 나가게 했던 가짜 처형식과 무덤으로부터의 갑작스런 귀환이 몰고 온 심리적 충격이 그 고통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병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었는데, 영적인 깨달음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발작이 일어나기 전, 도스토옙스키는 동료들이나 주변 환경과 완전히 융합된 느낌, 열정적인 연민으로 자신을 가득 채우는 황홀한 아우라를 경험하곤 했다. 그 융합된 느낌은 그의 소설에서 초월성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조화에 대한 비전으로 작용했다. 작가의 가장 깊은 영적 신념은 그의 소설 <백치>에 나오는 미슈킨 왕자를 포함하여 뇌전증에 걸린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통해 구현되곤 했다.
도스토옙스키는 딴 돈을 호주머니 깊숙이 넣고 방으로 달려가 큰 여행 가방에 넣었다. 그는 룰렛 테이블로 돌아가지 않고 다음 날 비스바덴을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단호하게 이 약속을 지키려 했지만 날이 저물자 기다림을 견딜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돈의 일부를 꺼내서 다시 한번 룰렛판을 정복하기로 결심하고 서둘러 카지노로 돌아갔다. 예전처럼 이번에도 실수가 나왔고, 그는 돈을 잃었다.
약혼의 행복에 젖어서, 그들은 <죄와 벌>에 대해 거의 잊어버렸다. 도스토옙스키는 1865년 여름부터 1866년까지 1년 넘게 이 소설을 써서 <러시아 메신저>에 연재 중이었다. 그는 카트코프에게 11월 말까지 남은 두 편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잡지 발간이 지연되면서 몇 주 동안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11월 말, 안나는 도스토옙스키에게 방문객을 받지 말고 매일 오후 두 시부터 다섯 시까지 연속으로 소설 작업을 한 다음, 저녁에 그녀의 집으로 와서 원고를 구술하게 했다. 그는 안나의 계획에 정확히 따랐다. 매일 저녁 안나와 한 시간 정도 수다를 떨고 나서, 안나가 앉아서 받아쓰기하는 동안 그는 방안을 서성거렸다. <도박꾼>을 작업하던 시절처럼 느껴졌다. 아니, 더 좋은 느낌이었다. 사실 그때 소설가는 글을 쓰는 동안 지금처럼 쾌활함을 유지한 적이 거의 없었고 글의 진행이 그렇게 순조롭게 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약 4주 후, <죄와 벌>의 마지막 편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