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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자기계발 > 협상/설득/화술 > 화술
· ISBN : 978896570081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2-07-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
1장 | 말의 벽(壁)
되잖은 조언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한다
말만으로 희망이 생길까
당신은 연민하는가, 공감하는가
리더로서의 공감이란
말과 생각과 행동의 ‘적절한 균형’
왜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을까
윤리적 설득, 명령형이 아닌 청유형으로 사고하라
‘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 관점의 새로운 지평
토론이 진화하려면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같아진다
교감하는 풍경 | 어느 길고 힘든 하루 들르는 쉼터 같은 그곳
2장 | 말의 격(格)
애정은 말 건넴이며 애정은 기억이다
상처가 있는 한 누구나 말더듬이다
말이란 영혼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능력 : 안다고 해서 오만해지지 않는다
인성 :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
카리스마 : 말의 힘은 열정과 호의에서 나온다
남성의 말하기, 여성의 말하기
목소리는 존재의 힘이다
침묵하는 입, 말하는 몸
교감하는 풍경 | 멋진 존재들의 넌버벌
3장 | 말의 문(門)
사로잡지 않는 대화의 기술
완벽한 소통이란 없다
‘쉽게 만나면 의미가 없잖아요’
잘 듣는 사람, 그가 소통의 주인이다
공부도 소통이다
세상을 사랑할 줄 모르는 자, 그 또한 사랑받고 싶었으리라
그 사람의 핵을 보았나요?
교감하는 풍경 | 어떤 만남들
에필로그 | 그에게서 당신이 본 것, 그것이 곧 당신이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책에는 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유명인사, 그리고 내가 살면서 만난 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나는 방송인이자 대학에서 ‘말하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직업적으로 무수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들과 대화를 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말을 통해 상대방과의 벽이 쌓이기도 하고, 그 벽 한가운데 문이 열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무엇보다 말은 그 사람의 됨됨이, 즉 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책을 말의 벽, 말의 격, 말의 문으로 구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자신과 말의 격을 함께 높이고, 말의 벽을 허물어 문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 무엇보다 직업적으로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과연 나는 상대의 상처를 제대로 보고 느끼고 교감했는지. 말의 수사(修辭)에만 빠져 있지는 않았는지.
― 프롤로그
조언은 상대가 요청할 때, 그리고 당신이 상대의 처지와 문제를 진심으로 염려할 때만 환영받는다. 앞의 문장은 ‘or’가 아니라 ‘and’로 이어진다. 즉 조언은 자신이 진심으로 염려하는 상대가 요구할 때만 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상대를 진심으로 염려하지 않는데 그가 요구할 때나, 진심으로 염려하는 상대가 요구하지 않을 때 둘 다 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원해도 자신이 상대를 소중히 생각지 않으면 좋은 조언이 되기 어려우며, 상대가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는(상대는 그저 옆에 잠자코 있어주기만을 바라는데) 조언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오히려 도움이 아니라 해가 될 때가 많다. 구하지 않은 것에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 1장 ‘되잖은 조언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한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 대한민국의 대통령 또한 딱한 처지에 있는 개별적 인간에 대해서는 가슴아파할지언정 집단 혹은 조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차단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내가 모니터한 연설 곳곳에 그런 흔적이 자리하고 있다. 일례로 2011년 1월 24일 방송된 57차 연설을 보자. 전국이 구제역 몸살을 앓을 때였다.
“출입국 검역의 효과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구제역도 축산 종사자 여러분이 해외여행을 단체로 다녀온 뒤 발생하였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해볼 때 백신 예방접종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얼핏 보면 출입국 검역의 한계를 언급하기 위해 가볍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듯이 보이나, 대통령은 축산 종사자들의 해외여행 후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축산업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느낌이다. 연설의 수사를 걷어내고 보자면, 이 연설의 화자는 구제역이 축산농가의 자업자득이라 생각하고 있다고까지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전체적인 연설이 방역에 종사하는 공직자, 방역에 희생된 이들의 가족,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국민 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상심하고 있는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이해가 없다는 느낌이 다분하다. 대통령은 구제역으로 그 누구보다 상처 입었을 축산업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었고, 이 연설 이후로 신문들은 ‘축산업자들의 부주의한 해외여행’ 기사를 보란 듯이 다루었다.
대통령은 방역 현장을 넘어 살처분 현장에 갔어야 했다. 축산업자들의 여행이 구제역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이 시간적 선행을 가지고 인과관계처럼 추측하는 것인지 객관적 사실로 판명이 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부주의하게 방역 생각 못하고 여행을 다녀왔을지라도 자신의 머리를 짓찧으며 제 가축들을 땅에 묻고 있는 축산업자들에게 감정이입하려 애썼다면 이러한 연설은 나오지 않는다. (…)
대통령은 때로 눈물은 흘릴지언정 제대로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 상대가 되어보려 애쓰지 못했다. 타인의 관점에 서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고, 그의 행복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서 조직과 제도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했다.
소통은 말뿐이었다.
― 1장 ‘리더로서의 공감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