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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65880585
· 쪽수 : 224쪽
리뷰
책속에서
“이 댁과 같은 상황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도 안 돼요.” 마리가 더듬더듬 말했다. 몸서리를 쳤다. 아기를 낳는다고? 사람들은 책임감 같은 것도 없단 말인가?
“가능합니다.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어요.” 마리의 생각을 눈치 챈 의사가 확인해주듯 말했다. “나도 이미 아기 몇 명을 받았는걸요. 네 명의 유대인 아기들이었죠. 튼튼한 녀석들이었어요. 세상에 태어날 때 모든 아기들이 그렇듯 마구 울어댔답니다. 하지만 그건 위험한 일이죠! 결혼을 하고도 12년, 14년 동안 자식이 생기지 않던 부부에게 갑자기 아기가 태어난 겁니다. 그런데도 아기를 다른 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지요.”
빔과 마리는 시선을 교환하며 미소를 지었다. 심각한 이야기이고 심지어 슬픈 이야기였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다! 하지만 의사의 말이 맞았다. 아기는 어디서나, 공습 중에 방공호에서도 태어난다. 게다가 거기서는 좋은 조건일 때보다 더 빨리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죽음이 판치는 곳 어디에서나 삶 역시 계속된다.
욥은 자기가 어떤 행동을 제안한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순수하게 인간적인 행동’을 거론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박해받는 사람들을 위한 기독교적 이웃 사랑’을 내세워 설득했으며,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애국적 의무’를 들먹였다. 욥은 그런 방법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는데, 그 목적은 항상 똑같았다.
“마리와 얘기해보겠네, 욥. 나로서는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데 반대할 뜻이 없어. 우리 집에는 공간도 충분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런 일을 하고 있어.” 욥은 빔의 결심을 굳히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내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신 건 참 다행한 일이야.”
“그래요, 니코. 그분들께는 다행이죠.”
“나에게도 그래. 부모님이 계셨다면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겠나?”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들은 나이 든 사람들도 끌고 갔어. 가축을 실어 나르는 차에 태워서. 노인들, 아픈 사람들까지……. 무서운 동화 속 얘기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