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5961956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6-08-1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_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
2부_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에필로그 | 루시 칼라니티
추천의 글 | 에이브러햄 버기즈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신경외과의는 정체성이라는 혹독한 용광로 속에서 일한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뇌수술은 대개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며, 그래서 인생의 중대한 사건들이 그렇듯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가령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가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인한 독특한 고통은 때로는 환자보다 가족에게 더 큰 아픔을 준다. 그래서 그 의미를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건 의사뿐만이 아니다. 뇌를 다쳐 머리를 깎고 누워 있는 사랑하는 이의 주변에 모인 가족들 역시 그 의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과거를 본다. 그동안 쌓아온 추억, 새삼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 이 모든 것을 그들 앞에 놓인 몸이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들이닥칠 미래를 본다. 외과 수술로 목에 뚫은 구멍을 통해 연결된 호흡보조기, 복부에 낸 구멍으로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투명한 액체, 장기간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과 불완전한 회복. 때로는 환자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날 밤, 옆에 누워 있던 루시가 물었다. “여보, 가장 무섭거나 슬픈 일이 뭐야?” “당신하고 헤어지는 거.” 나는 아기가 생기면 우리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리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내가 죽은 뒤 루시에게 남편도 아기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최종적인 결정은 루시가 내려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그녀 혼자 아기를 키워야 할 텐데, 내 병이 악화되면 나까지 돌보느라 더 힘들 것이었다. “아기가 생기면 우리가 제대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까?” 루시가 물었다. “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렇다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내가 말했다. 루시와 나는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