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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골든아워 1](/img_thumb2/9788965966661.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88965966661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4-11-01
책 소개
목차
서문
2013년 스승의 날 | 외과 의사 | 회귀 | 남루한 시작 | 원흉 | 깊고 붉은 심연 | 갱의실 | 삶의 태도 | 환골탈태 | 암흑 전야 | 탈출 | 벨파스트함 | 마지막 수술 | 위로 | 전환 | 나비효과 | 윤한덕 | 선원들 | 정책의 우선순위 | 업 (業) 의 의미 | 남과 여 | 막장 | 정글의 논리 | 헝클어져가는 날들 | 부서진 배 | 아덴만 여명 작전 | 위태로운 깃발 | 생의 의지 | 빛과 그림자 | 변화 | 석해균 프로젝트 | 불안한 시작 | 긍정적인 변화 | 중단 | 고요한 몸 |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 | 성탄절 | 살림 | 뱃사람 | 야간 비행 | 지원과 계통 | 가장자리 | 탈락 | 소초장 (小哨長) | 목마른 사람
부록 | 인물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스템은 부재했고, 근거 없는 소문은 끝없이 떠돌았으며, 부조리와 불합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돈 냄새를 좇는 그림자들만이 선명했다. 그 속에서 우리 팀원들은 힘겹게 버텨왔다. 나는 어떻게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끌어들여 우리가 가까스로 만들어온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더듬어가며 길을 찾아왔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화하기 위해 나와 팀원 모두가 쉼 없이 분투해왔다. 그러나 내가 여기에 당도하여 확인한 것은,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지닌 투명성의 정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뿐이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옳은 것을 주장하며 굽히지 않는다, 안 될 경우를 걱정할 것 없다, 정 안 되면 다시 배를 타러 나가면 그뿐이다. 나쁜 보직을 감수할 자세만 되어 있으면 굳이 타협할 필요가 없다. 원칙에서 벗어나게 될 상황에 밀려 해임되면 그만하는 것이 낫다.’ 그것은 단순한 논리였다. 바다 위에서 만난 병사들이 그와 같았고 대개의 뱃사람들이 그러했다. 그의 말들이 짙은 쪽빛으로 머릿속을 깊이 물들였다.
2차 수술은 괴사가 진행된 조직을 절제해내는 정도에서 마쳤다. 열어두었던 복벽을 닫고 칼이 베고 들어간 상처 한쪽에 긴 배액관을 꽂았다. 다행히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나서 남자를 그곳으로 옮겼다. 수술은 끝났으나 치료는 다시 시작이었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칼에 베이고 총에 맞아 피를 쏟아내면서도 수술받은 다음 날이면 의식을 차리는 일은 현실에 없다. 중증외상 환자들에게 수술은 치료의 시작일 뿐, 환자는 수술만으론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중환자실에서 수많은 인공생명유지장치들과 약물들을 총동원해 집중치료를 받아야만 하고, 이 지난한 과정을 버텨내지 못하면 환자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