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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88965964704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1-10-18
책 소개
목차
중증외상센터 | 호의(好意) | 돌고래 | 변방의 환자
지원자 | 부상들 | 의료 공백(空白) | 기울어진 배
서한 (書翰) | 길목 | 통증 | 벼랑 끝 | 화석
교수의 일 | 내부 균열 | 표류 | 진퇴무로 (進退無路)
지휘관 | 교두보 | 실명(失明) | 바래는 나날
유전 | 중국인 어부라던 남자 | 부서진 지표 (指標)
이기주의 | 한계점 | 옥상옥(屋上屋) | 침몰
희미한 빛 | 처박히는 핏물 | 남겨진 파편 | 아집
의료와 정치 | 끝없는 표류 | 마지막 인사
무의미한 대안 | 소방대원 | 2016~2017, 기록들
지독한 재연 | 잔해 | 풍화 (風化) | 종착지
남겨진 기록들 | 끝의 시작
부록 | 인물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중증외상 환자들은 준(準)종합병원에서 대학 병원으로 왔고, 대학 병원에서 받아주지 못한 환자들은 밖으로 밀려 다시 준종합병원으로 갔다. 환자들은 늘 밀려오고 밀려갔다. 대학 병원에서 떠밀린 환자들이 다시 준종합병원으로 향할 때, 일부는 간신히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나 많은 경우는 죽음을 맞이했고, 숨을 잃은 자들은 영안실로 옮겨졌다. 그곳은 마지막 종착지였다. 더는 살아서 괴롭게 병원과 병원 사이를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망자에게 위안 일지 모르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울음은 애끊을 듯 슬펐다.
아직 의사로서 여물지 않은 시기부터 과도하게 외상외과에 집착하거나,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일에 뛰어드는 외과 의사들 중에도 뜻밖의 중도 탈락자가 많았다. 이 분야는 오히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시작해야 지속할 수 있다. 한 번의 수술로 기적같이 환자를 살려내고 보호자들의 찬사를 받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존재한다. 실상은 답답하고 지루한 긴 호흡으로 환자를 살펴야 하고, 그런 중에 더없이 비루한 현실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이 외상외과의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적절한 선에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중도에 포기하는 용기가 없었고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와 같고, 잘못 건드리면 바스러질 얇은 유리잔과 같았다. 거부당하는 결재 사안들 하나하나가 모두 센터 운영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 걸맞은 인사가 되지 못했다.